<김대중 칼럼>원주 골목치맥 축제의 성공을 빌며
<김대중 칼럼>원주 골목치맥 축제의 성공을 빌며
  • 김대중
  • 승인 2017.07.3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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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박건호기념사업회사무총장>

미국 노예시대 소울푸드를 뿌리로 하는 치킨과 맥주를 결합한 게 치맥이다. 이미 보통명사가 됐다. 치느님(치킨+하느님)이란 우스개 신조어까지 유행할 정도로 유난히도 치킨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만들어낸 치맥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가 두류공원 일원에서 총예산 20억원을 투입해 치르는 치맥축제는 전국 최대 규모다.

문화의거리 골목 치맥축제는 작년 2회때까지 지자체의 예산 지원도 없이 치렀고 올해 처음 지원을 받는다. 성지병원과 아모레컨벤션 등이 후원했고 축제 참여 상인들이 일부 부담했다. 골목에서 몰려드는 사람들 틈바구니서 즐기는 치맥이 원주 치맥의 콘셉트다.

오는 8월15~19일까지 문화의 거리에서 제3회 원주 골목치맥축제가 열린다. 원주에 왠 치맥축제? 원주는 대한민국 양계의 역사와 아주 유의미한 인연이 있다. 한국전쟁 직후 국내에 도입된 양계 산업의 발원과 주산지는 어디인가. 바로 한센병 환자들의 집단부락이다. 그런 부락이 원주에는 전국에서 드물게 2곳이나 있었다. 경천원과 대명원이다. 경천원은 철거돼 단관택지가 들어섰고 대명원은 아직 있다.

이들 부락은 양계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한 부락에서 80여만수 이상의 닭을 키웠다. 원주는 당연히 양계산업의 핵심지역이 됐다. 많은 닭이 생산되다보니 원주는 닭과 관련된 음식들이 자연스레 많이 개발됐고 빠르게 발전됐다. 캠프롱 미군들의 영향도 있었다. 그 당시엔 통닭집이었다. 원주에 40년이 넘는 통닭집이 널린 것도 이 까닭이다. 통째로 튀기던 통닭을  토막을 치고 쪼개기 시작했다. 양념까지 얹었다. 이 또한 원주에서 시작됐다. 양념치킨을 처음 만들어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선 페리카나의 역사도 뿌리는 원주였다.

페리카나의 창업주가 어느날 남부시장의 통닭집을 들렀는데 너무 맛이 좋아서 프렌차이즈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통닭집 주인이 기술을 넘겨주는 대신 강원도와 경기권의 영업권을 받으면서 페리카나 치킨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고 한다.

그러니 원주의 치맥 축제는 스토리텔링이 된다. 대한민국 어디서도 추종이 어려울 정도로 넘쳐나는 역사와 문화를 스토리텔링 한 축제야 말로 브랜드 축제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원주 사람들의 삶과 이런 많은 사연을 가진 축제,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가 진짜 축제다. 그 축제로 시들어가는 원주의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 넣으려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온갖 방법을 들이대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원도심에 이 만한 게 어디 있겠는가. 사람이 찾지 않는 원도심(옛도심)엔 교통불편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재미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그 재미는 원도심만이 갖고 있는 맛 바로 문화와 역사다.

원도심에는 이 지역 원주라는 도시의 역사가 있으며 먹는 문화를 비롯한 장터문화, 골목문화가 있다. 시민들이 원도심을 찾아 이런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재미를 체험하고 느끼게 할 기회가 바로 이런 축제다. 원주의 정체성을 갖고 있으니 축제의 브랜드화도 단연 수월할 것이다.

원주문화의 거리 골목에서 펼쳐지는 작은 축제지만  원주의 역사와 문화, 재미를 찾고 정체성을 배우는 축제다. 도시의 핏줄이고 생명이며 소통과 연결의 상징, 그리고 골목을 즐기는 인류의 원초적 본성이 화학적으로 융합되면서 더욱 폭발력을 얻을 것이다. 치맥의 해방을 선언하는 원주 골목치맥 축제의 성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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