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그 따뜻한 이름, 할머니!!!
<살며 사랑하며>그 따뜻한 이름, 할머니!!!
  • 김순영
  • 승인 2017.10.1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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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영<상지여중고 총동문회장>

그리움이 짙은 곳, 언제나 그랬듯이 명절이 되면 내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있다. 할머니의 숨결이 남아 있고 어린 시절 할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곳, 호저면 무장리 송정, 그 곳에서 문득문득 떠 올려지는 아련한 기억속의 단초들. 간간히 내 어린 시절의 편린과 할머니와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그 곳에 있다. 어릴적부터 부모님들의 직장 문제로 인하여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나를 할머니가 애지중지 키워 주셨기에 내게 할머니는 엄마보다도 더 큰 하늘같은 존재였다. 뒤 돌아보면 그립고, 돌아 가고 싶다는 유행가 가사가 아니더라도 할머니는 내게 그리움과 추억의 대상이다.

초롱초롱한 내 어린 시절은 세월 너머 아득한 빛바랜 사진처럼 그립고 그리운 시간이 되어 버렸고 그 꼬맹이가 커서 이젠 하나,둘씩 늘어 가는 흰 머리카락에 속상해 하고 나이와 함께 변해가는 몸과 건강 이야기, 그리고 내 품에서 한치,두치씩 멀어져 가는 자식들의 미래 이야기로 웃고,울고 때로는 한숨 짓는 나이가 되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무척이나 시골이었던 그 곳은 기업도시의 개발과 광주~원주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인해 예전의 모습을 거의 찾아 볼수 없다. 배산임수의 명당이라는 할머니의 산소는 광주~원주고속도로로 많은 부분이 편입이 되어 3년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고속도로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소음으로 시끄럽기 그지 없다. 할머니 산소 옆에 앉으면 숙연해 지기도 하지만 늘 내 기억은 또렷하다. 할머니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워 재잘대던 기억, 토끼풀꽃 반지를, 버들 피리를, 입 속에 넣고 입술로 지긋이 누르면 꽈르륵,꽈르륵 소리를 내던 꽈리를 만들어 주셨던 기억들, 그리고 시골에서 원주까지 먼 길을 걸어 나오면서도 막대 얼음과자 하나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씩씩한 척 걸었던 기억들이 스친다.

지금은 먹을 것, 입을 것 모두가 풍요롭지만 어릴적의 명절은 최고로 들뜨고 설레이는 날이었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최고의 대목이기도 했었다. 평소 흔히 먹어 보지 못한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는 날이었으며 새로 산 이쁜 옷들도 입을 수 있었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일가 친척들로 집안이 북적이는 날이었다. 음식 솜씨 좋기로 소문난 할머니는 시루에 솔잎 깔고 이쁘게 빚은 솔잎 향긋한 송편을 쪄내고 여러 가지의 전과 약과, 다식틀에 꾹꾹 누르고 다져 만들던 예쁜 모양의 다식들, 그리고 수정과 식혜, 할머니가 차려 준 명절 음식상 앞에서 할머니의 음식이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 추켜 세우던 명절 음식들도 그리워진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는 추억을 먹고 산다 했던가?  50을 훌쩍 넘긴 어른이 된 지금도 간간히 어린 시절 할머니와의 추억을 되돌아 보게  되는 건, 그 추억 속의 내가 좋은 기억으로 그리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고, 그 때의 나이보다 몇 번의 세월이 돌고 돌아 또 다시 지금 만큼의 세월이 돌아 온다 해도 할머니와의 기억은 내 마음에 포근한 사랑으로 언제까지 함께 하리라. 두 손엔 핸들을, 내 마음엔 할머니와의 기억을 가득 담고 돌아 오는 길엔 코 끝에서 국화꽃 향기가 살랑 거린다. 내 할머니가 좋아 하시던 국화꽃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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