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시대유감(時代遺憾)
<세상의 자막들>시대유감(時代遺憾)
  • 임영석
  • 승인 2017.11.20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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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문화평론가>

어느 시대에나 학문이 되었건, 정치가 되었건, 사상이 되었건 서로 상반된 계파가 존재해 왔다. 특히 일본 강점기를 지나 해방 후 우리는 남북의 이념적 현실과 정치적 지역감정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문학이라는 부분에서도 한국문인 협회와 한국작가 회의 두 단체로 나누어져 활동을 하고 있다.

무엇이 올바른 길인가는 좋은 문학 작품을 많이 쓰고 발표하는 작가들에 의해 형성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대유감이라 말하는 싶은 것은 지역의 문학상과 문학상을 주체하는 단체에 의해서 철저히 문학상을 받는 사람이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계모임 문학상이 되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좋은 작품에 상을 주는 것은 당연히 박수를 쳐주고 축하를 보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문학상은 시대의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 준다거나 아니면 정신적 이상을 심어주는 문학 작품이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작가정신이 투철한 작품에 문학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두 협회가 공존하다 보니 상을 주관하는 단체나 그 단체 소속의 심사위원에 의해 문학상의 수상자가 결정되다 보니 반쪽의 모양만 보이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문학이 장르에 의해 구분되고 작품의 성향에 의해 나누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 외에는 평가와 공감의 장이 하루빨리 한자리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간 이념적이 던, 지역적이 던, 함께하지 않은 문학인만이라도 희망의 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다. 그러한 마음을 갖고자 이상국 시인의 시 「희망에 대하여」를 읽어보고자 한다.

  • 희망에 대하여- 사북에 가서
  • 그렇게 많이 캐냈는데도/ 우리나라 땅속에 아직 무진장 묻혀 있는 석탄처럼/ 우리가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을 다 써 버린 대는 없었다// 그 불이/ 오랫동안 세상의 밤을 밝히고/ 나라의 등을 따뜻하게 해 주었는데/ 이제 사는 게 좀 번지르르해졌다고/ 아무도 불 캐던 사람들의 어둠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섭섭해서/ 우리는 폐석 더미에 모여 앉아/ 머리를 깎았다/ 한 번 깍인 머리털이 그렇듯/ 더 숱 많고 억세게 자라라고/ 실은 서로의 희망을 깎아 주었다/

나는 강원도 시인 이상국의 시 「희망에 대하여」를 읽을 때마다 가슴 무너지는 마음을 갖는다. 정말 억세게 자라라고 머리털 한 번 깎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떤 문학을 할 수 있을까? 아니 가난하고 소외되고 시대의 변방에 눈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희망이란 말은 가슴에 담고 글을 쓰고 있는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정의로운 삶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 좋은 문학 작품에 작품성을 인정하는 문학 풍토가 이제는 지역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계파와 단체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학 풍토의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좋은 작품에 박수를 보내고 그에 상응하는 응원을 주기 위한 문학상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학상을 수상한 문학인은 지역사회에 반듯이 문학을 널리 보급하고 문학의 저변 확대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그러한 문학인이 우리 주변에 많지 않다는 게 시대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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