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토(淨土)마을의 새해기도
<기고>정토(淨土)마을의 새해기도
  • 임길자
  • 승인 2018.01.02 0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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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길자<정토마을 원장>
  • 뒤로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병풍을 두르고
  • 앞마당에서는 삼라만상 모든 생명들의 몸부림이 아름다운 동네! 착한 사람들이 맑은 햇살로 세수하며 아침을 맞이하고,함께하고 있다는 지금 이 순간의 사실에 고마워하는 사람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다는 생물학적 기준 때문에 때로는 아쉬움이 밀려오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고 진지한 일상이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어머님을 뵈러 다녀가는 가족들의 발걸음도 새해를 맞는다. 어머님께서 즐겨 드시던 별식을 준비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손자손녀를 동행하기도 하고, 저마다의 신앙에 따라 새해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지난해 100세 생신을 3일 앞두고 세상을 떠나신 어르신이 생각난다. 남편은 아내가 아이를 잉태한 것도 모르는 채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아들을 멋지고 훌륭히 키웠다. 그 아들은 우리나라 정부기관의 중요한 위치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시골에 내려와 노모와 함께 살기를 원했지만 그에게도 또 다른 가족이 있었던지라 마음가는대로 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혼자 계시던 어머니는 건강이 녹록치 않아 부득이하게 시설에 모시게 되었다. 어머님을 면회하고 돌아서는 아들의 뒷모습은 늘 무거웠다. 아들을 태운 승용차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가다 서다를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든다. 그리고는 당신의 방에 들어가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를 시작한다. (어르신은 천주교 신자였다) 오로지 아들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고 반년쯤 지났을 무렵 아들은 어머님이 4년 동안 머물렀던 시설을 다시 찾았다. 일흔을 훌쩍 넘긴 그 역시 모습은 노인이었다. 눈가엔 숱한 사연을 담은 주름이 가득했다. 따뜻한 차 한 잔으로 그 동안 가슴 안에 묻어두었던 사연 보따리를 풀었다. “그리움은 없어야 소중해집니다. 그 모진 시집살이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나하나 바라보고 살아오신 어머님께 감사의 인사 한마디 제대로 올려 본적 없고, 편안한 잠자리 한번 살펴드린 적이 없었어요. 오늘은 그냥 길을 나섰어요. 도착해보니 이곳 정토마을이예요. 아직도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잠 못 이루게 합니다. 어머니가 참 많이 그립습니다. 그동안 참 많이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원장님은 이런 자식이 되지 마십시오”라고...

그 어머님의 기도를 올해는 청할 수가 없다. 너무 먼 길을 이미 한참 가셨을테니...

  • 무술년 새해!
  •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 믿음은 사람을 감동케 한다고 했으니
  • 만나지는 모든 인연을 소중히 하며
  • 더불어 사는 순간을 귀히 여기며
  • 스쳐지는 찰나에 온 마음을 다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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