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59) 카스트라토 이야기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59) 카스트라토 이야기
  • 최왕국
  • 승인 2018.02.0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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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중세 가톨릭 교회에서는 여자가 성가대에 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음역을 보강하기 위하여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남자 아이들을 성가대에 포함시켰는데, 이것을 "보이 소프라노 (boy soprano)"라고 한다.

그러나 보이 소프라노들도 세월이 지나면 변성기를 거치며 소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이 변성기가 되기 전의 아들을 거세하여 변성기를 거치지 않도록 하였는데, 이것을 "카스트라토"라고 한다. 본인의 의사는 무시하고 결정한 대단히 잔인하고도 비인간적인 행위였다. 영화 "파리넬리"는 그러한 시대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다. 더구나 그 시절엔 마취약 같은 것도 없었고, 위생도 형편 없었기 때문에 소년들은 그 고통을 오롯이 감당해야 했고, 심지어 부작용으로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카스트라토를 만들기 위한 거세는 환관(내시)들에게 행하던 "물리적 거세"가 아니라, 고환에 칼로 상처를 낸 후 양잿물에 담궈서 기능을 없애는 "화학적 거세"였다고 전해진다. 영화 "파리넬리"에는 거세 시술중 소년이 하얀 물에 들어가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이 "하얀 물"이 양잿물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법 또한 극도의 고통과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기로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거세에 대한 또 하나의 설은 고환을 제거한 후 그 고통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요즘도 진통제로 사용되고 있는 마약 "몰핀"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영화 "파리넬리"의 거세 장면에 나오는 그 "하얀 물"이 바로 몰핀이라는 주장인데, 아무래도 전자의 설 보다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렇게 아픈 과정을 거치며 탄생한 카스트라토 들이 영화 "파리넬리"의 주인공 처럼 모두가 가수로 출세하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었다. 대부분은 변변한 오페라나 발표회 자리에 서보지도 못하고 폐인처럼 살게 되곤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수술을 거친 아이들은 수염도 나지 않고 키와 손발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크게 자라는 경우가 많았는데, 성악으로 자리가 나지 않으면 육체노동이라도 해야 할텐데, 다른 이들보다 근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것도 쉽지가 않아 결국 인생을 비관하며 살다가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카스트라토"라는 말의 어원은 "거세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castrare"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비잔티움 제국에서 환관(내시)들이 노래를 불렀던 것이 그 시초가 되었으며, 남성의 몸에 여성의 목소리를 가진 자를 "신의 목소리"와 닮았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카스트라토는 14~15세기 스페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18세기 바로크 시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1903년 교황 비오 10세때 어린 소년들의 거세가 비인간적이라고 판단하여 전면 금지시켰으나 근근히 유지되어 왔다. 최후의 카스트라토는 알레산드로 모레스키(1858∼1922)라고 전해지는데, 음질은 열악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음반이 남아 있다.

한편 하이든도 소년 시절 남달리 고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카스트라토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지만 그의 부친이 극구 말려서 거세를 받지 않았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몬테베르디, 헨델, 모차르트, 베르디 등 수 많은 오페라 작곡가들이 카스트라토 배역을 썼는데, 카스트라토는 고음역을 소화하면서도 남성적인 힘도 느껴지고, 기교가 매우 뛰어났기 때문에 작곡가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거세한 카스트라토 들은 보통의 남자들보다 키가 더 크게 자랐기 때문에, 여장을 한 여성 배역의 카스트라토 성악가들이 남성 배역의 성악가들을 내려다 보며 노래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도 연출되곤 했다. 작곡가들은 여성 역할 외에도 왕이나 영웅 등의 배역에 카스트라토를 썼는데, 카스트라토가 없어진 요즘엔 주로 여성 소프라노가 남장을 하고서 장군이나 왕의 배역을 맡게 된다.

헨델은 독일 태생이지만 젊은 시절 이탈리아에서 많은 오페라를 작곡하였는데, 그러한 헨델의 이태리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들은 대부분 카스트라토가 부르곤 했다. ​오늘 들으실 음악은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로서, 헨델 특유의 감성적이고도 화려한 선율이 특징이며 영화 "파리넬리"에서 주인공이 불러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바로 그 노래다.

https://youtu.be/MAEb7XzIGC4

유뷰브 검색어 : 울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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