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리오즈가 이렇게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어려서 부터 틀에 박힌 듯한 음악교육을 받지 않고 자랐다는 것이다. 그가 어린 시절 살던 마을에는 피아노도 없었고, 작곡 공부도 독학으로 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어떠한 고정관념도 생기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이 베를리오즈의 기묘한 음악적 상상력과 표현력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음악계의 이단자 취급을 받던 베를리오즈도 벨기에와 독일로 음악여행을 갔던 1842년 부터는 열광정인 환영을 받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슈만과 마이어베어도 만났고, 영국과 러시아에서도 그 명성을 이어갔다. 베를리오즈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인정해 주던 사람들 중에는 바이올린의 대가 "파가니니"가 있었는데, 파가니니가 의뢰하여 작곡된 음악이 바로 "이탈리아의 헤럴드"라는 곡이었고, "로미오와 쥴리엣 (op.17)" 또한 든든한 후원자였던 파가니니를 위하여 작곡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베를리오즈의 생애에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역시 "스미드슨"과의 열애와 결혼이다. 파리 음악원에 다니던 시절 베를리오즈는 세익스피어의 연극 햄릿을 보다가 세 살 연상의 영국계 여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을 짝사랑하게 되었고, 그녀에게 여러 통의 연애편지를 보내는 등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한다. 그러한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쓴 곡이 바로 환상교향곡이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모두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악장들마다 직접 소제목을 붙여 놓았다.
- 제 1악장 : 꿈과 열정
- 제 2악장 : 무도회
- 제 3악장 : 전원 풍경
- 제 4악장 : 단두대로의 행진
- 제 5악장 : 마녀들의 밤의 향연과 꿈
이곡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어느 젊은 예술가가 아픈 사랑으로 괴로워 하다가 결국 자살을 하려고 다량의 아편을 복용하였는데, 죽지는 않고 혼수상태에 빠져서 짝사랑하던 여인과 관련된 여러가지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어느 젊은 예술가"란 말 할 나위도 없이 베를리오즈 자신이다.
환상교향곡은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으며 훗날 스미드슨도 연주회에 초청하여 결국 결혼까지 이르게 되었다.
얼핏 들으면 꽤 낭만적인 이야기 같지만, 당시 스미드슨은 빚에 쪼들리는 사람이었고, 그 빚을 떠안게 된 베를리오즈도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다. 그 영향이었는지는 몰라도 몇 년 못가서 둘 사이가 크게 벌어져 결국엔 별거를 하기에 이르렀다. 10여년의 별거 끝에 스미드슨은 여러가지 합병증으로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났고, 베를리오즈는 가수 마리아와 재혼을 하게 되지만 마리아도 베를리오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베를리오즈는 항상 베토벤을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베토벤의 교향곡 중 표제음악으로 분류되는 "전원 교향곡"과 베를리오즈의 음악 중 표제음악으로 유명한 "환상교향곡"이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향곡은 보통 4악장으로 되어 있으며, 5악장인 경우는 거의 드물다.
흔히 베를리오즈를 "표제음악의 창시자"라고 하지만, 어찌 보면 베를리오즈의 표제음악도 결국 그가 존경하던 베토벤의 교향곡 제6번 "전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연극, 문학 등 비음악적 쟝르의 스토리를 기본으로 하여 음악을 만든 베를리오즈야말로 진정한 표제음악의 창시자이며, 이러한 시도는 훗날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와 리하르트 쉬트라우스 등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베를리오즈의 작품들 모두가 훌륭했지만 시대를 너무나 앞서가는 바람에 세인의 주목을 받지 못하였고, 항상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시달려야 했다. 뿐만아니라, 그의 천재성을 인정한 오늘날에도 어마어마하게 큰 오케스트라의 규모 때문에 여러 악단들이 감히 그의 작품들을 연주하지 못하고 있으니 천재 작곡가의 외로움은 세월이 흘러도 해결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늘 들으실 곡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전곡이다. 곡은 길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끝까지 들어 볼만한 명곡이다.
https://youtu.be/Bbj69N3ELlY?list=PLGOrFcSchrOgHad7Z1vf76-pVss2MUOPp
유튜브 검색어 : 환상교향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