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봄 비
<세상의 자막들>봄 비
  • 임영석
  • 승인 2018.04.30 0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임영석<시인>

봄비는 약비라고 한다. 약이 되고도 남을 만큼 꼭 필요하다. 봄비만큼 자연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것도 없다고 본다. 봄비가 내린다는 것은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가장 큰 근심을 덜어주고 희망을 안겨준다. 이 봄비와도 같은 소식이 바로 남북 정상회담이다. 그것도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의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남측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한다고 한다. 불과 수십 미터에 불과한 거리이지만, 그 상징성은 정말 너무도 크다.

봄비는 하늘에서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들 마음에서 염원하고 소망하고 간절함을 간직했기에 내린다고 생각한다. 남과 북은 6.25 전쟁 이후 아직도 전쟁이 종식되지 않고 휴전 상태로 이어져 왔었다. 서로 총을 쏘지는 않지만 전쟁 아닌 전쟁을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휴전이 아닌 전쟁을 종식하는 남북회담이 된다는 소식은 봄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시인 이수복은 다음과 같이 「봄비」를 노래했다.

〈이 비 그치면 /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 푸르른 보리밭길 / 맑은 하늘에 /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 이 비 그치면 /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 속 /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 임 앞에 타오르는 / 향연과 같이 /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

그렇다. 아마도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나면 남북의 평화 분위기도 한껏 짙푸를 것이라 기대를 한다. 그리고 파괴를 가져오는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를 구축하는 종전이 선언된다면 남북의 관계는 한층 더 평화로운 분위기가 봄비처럼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가 휴전(休戰)을 하고 전쟁을 하지 않는 것과 종전(終戰)을 선언하는 의미는 서로 다르다.

아마도 남북정상회담이 있다고 해서 당장 개개인의 우리 삶에 무엇이 바뀔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만남이 정례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남북 관계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가까이는 이산가족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남북으로 서로 자유로운 여행이 이루어지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다져져 한반도의 긴장감이 해소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간 남북 관계를 뒤돌아보면 정부 관계자의 회담이 있었지만,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정상회담이 김일성의 사망으로 무산이 되었고,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과 첫 정상회담을 했고, 그리고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평양에서 김정일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었다. 민간인 차원에서는 1998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평양을 향해 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 번째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판문점 남측에서 갖는다고 하니 많은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 예상이 된다.

봄비가 오고 나면 농부들은 더 바쁘다. 아마도 남북 관계도 정상회담이 끝나면 모처럼 회복되는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관계자들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른 땅을 파서 농사를 짓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봄비가 내린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다면 좀 더 쉬울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봄비와 같은 역할을 하여 이 땅에 평화로운 나라가 되어 6.25와 같은 전쟁의 아픔이 이 땅에 영원히 없기를 바란다.

이번 남북의 정상들이 4월 27일 판문점 남측에서 만나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구축하여, 세계인들이 남과 북을 바라볼 때 평화로운 땅이라고 믿음을 주었으면 한다. 그 평화의 봄비가 없이는 남북 모두 세계인의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세계인에게 평화의 봄비를 내려주는 정상회담이 되기를 기도하고 기도한다. 우리가 사는 땅에서 전쟁이 사라진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바라고 바란 봄비 같은 소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