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돋보기
<세상의 자막들>돋보기
  • 임영석
  • 승인 2018.05.14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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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

세상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직업도 다양하거니와 취미와 성격, 생각들이 비슷비슷해 보여도 돋보기를 들이대고 자세히 바라보면 분명히 다 다르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에는 동양인, 서양인, 아랍인, 유럽인 등으로 구분하고,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린아이, 어린이, 청소년, 어른 등으로 구분된다.

세계 인구가 약 75억 9천만 명이고, 우리나라의 인구는 51,784,669명이라 한다. 그중 원주시 인구가 2018년 1월에 344,908명이고, 내가 그중 한 명이다. 어떻게 보면 치악산에 나무 한그루 베어내도 별것 아닌 듯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치악산의 나무도 한그루 한 그루가 모여 숲을 이룬 것이다. 누군가는 시장이 되어야 하고, 누군가는 동장을 해야 하고, 누군가는 이장을 해야 한다.

노가재 김창업(老稼齋 金昌業 1658~1751)은 다음과 같은 시조를 남겼다.

벼슬은 저마다 하면 농부되리 뉘 있으며

의원이 병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하랴

아희야 잔(盞)만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세상을 즐겁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라 한다. 직위가 높다고 해서 행복한 사람은 아니다. 또한 직위가 없다고 해서 불행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세상의 행복을 직위로 잘못 알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직위는 일을 처리하는 책임을 얼마만큼 많이 가졌느냐는 것이다. 한 동네의 이장은 동네의 사안을 처리하는 책임을 져야 하고, 시장은 시의 일들을 처리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한 나라의 대통령은 나라의 일을 책임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단순한 이치를 어기면 세상 사람은 반듯이 손가락질을 할 것이고, 더 낳아가 사법적 책임을 묻기까지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퇴임 후 모두가 대통령이라는 명예를 지켜내지 못했다. 대통령이라는 욕심이 너무 많아서일까? 아니면 대통령다운 대통령의 욕심이 없어서일까?

비단 정치인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내가 시를 쓰는 사람이니 시인들의 예를 들어 보겠다. 소월이나 이상, 윤동주, 기형도 시인처럼 젊은 나이에 요절한 시인들은 불멸의 작품이 세상에 남아 그들의 영원한 숨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무명의 시인들이 시를 쓰기 위해 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시집 한 권 갖지 못한 시인들도 숱하게 많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사후(死後) 10년이면 기억에서 다 지워진다. 그래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은 아무리 길게 살아도 살아 있는 세상에서나 서로가 기억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나 동료라 해도 떨어져 있으면 멀어지게 되어 있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이란 시를 이렇게 노래했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마음의 돋보기로 바라보지 않으면 이런 시를 쓰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더 정확하고 자세히 바라볼 수 있게 돋보기가 만들어지고, 현미경이 만들어졌다.

선거철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 말한다. 아니다, 다르다, 앞에서 세계 인구, 우리나라 인구, 원주 인구 등으로 좁혀 가면서 바라보면 76억 명 중 나는 단 한 사람이다. 외모만 다르다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행동을 해왔는지. 그리고 어떤 친구들과 어울려 살았는지를 돋보기를 들이대고 자세히 보아야 한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 치부한다면 결과적으로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사는 원주가 형편없게 된다. 이번 지방 선거, 더 자세히 바라보기 위해서 마음의 돋보기를 하나씩 가졌으면 한다. 돋보기를 들이대고서라도 자세히 바라보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고르듯 그런 사람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원주가 아름다운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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