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최규하 대통령 추모식에 나타난 전두환
<김대중 칼럼>최규하 대통령 추모식에 나타난 전두환
  • 김대중
  • 승인 2018.05.2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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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언론인>

엊그제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이 지났다. 1980년 5월 18일. 그로부터 무려 38년이 지난 것이다. 바로 전날 언론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경찰의 경호·경비 중단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고 보도됐다.

청원에 따르면 두 전직 대통령 경호에 연간 9억원여의 국세와 180여명의 경찰인력이 투입된다. 이들 시민단체는 “전두환, 노태우는 12.12 군사반란, 5.17 내란의 수괴이자 5.18 광주 학살의 원흉으로 헌정질서를 짓밟아 한국 현대사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범죄자”라며 “법의 단죄가 이뤄지고 20년이 지난 오늘까지 권력 찬탈을 위해 군대를 동원해 국민을 살해한 이들을 혈세로 경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씨와 함께 자연스레 떠오르는 인물이 우리지역 출신의 최규하 전대통령이다.

공무원 출신으로 40여년의 공직 생활을 청렴결백하게 지내 청백리의 표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1980년 5·18이후 전개된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그는 처참하게 폄훼된다. 생전에 전두환씨가 어떻게 대통령직을 빼앗았는지에 대해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는 이유다. 심지어 친일파라고 왜곡까지 한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바보 멍청이가 아닌 이상 신군부가 총칼로 국가를 장악한 상황에서 굳이 총을 들이대고 협박을 해야 알겠는가. 무장 군인들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권한도, 정치적 기반도, 사람도 없는데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나중에라도 왜 진실을 말하지 않았냐고?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민들이 상상하는대로 였을 수 있으니까. 본인의 자존감 훼손과 인격적 모독을 더 이상 당하지 않고 싶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전씨는 2016년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최 대통령 10주기 추모식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그날을 되돌아 보면 대한민국은 정의가 없는 국가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시커먼 차에 시커먼 양복을 입은 건장한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한 모습은 봐줄만 했다. 유가족 옆에 앉아서 추모식 처음서부터 끝까지 특유의 오만한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언론사 기자들도 몇 명 왔다. 전씨가 참석한다니 취재 온 것이었다. 혹시나 그가 어떤 의미있는 한마디 하지 않을까 해서 였을 것이다. 아마 그는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는 것으로 최 대통령에 대해 미안함을 가졌다는 걸 보여 주려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을 희생시킨 5·18에서부터 보여준 모습이 반증한다. 말투나 눈빛은 물론 모든 언행이 국민에 대한 존중이나 사랑은 찾아 볼 수 없다. 38년이 지나 최근에 낸 자서전에 이르기까지 반성은커녕 진실에 대해서조차 왜곡하고 있다. 더 아픈 일은 원주 일각에선 그런 전씨가 최 대통령에게 대했던 것처럼 아니 오히려 더하게 모욕하고 왜곡하고 있다. 그의 행위에 정당성을 주고 박수를 치는 꼴이다. 전씨가 속으로 대통령자리를 뺏기를 잘했어라며 즐거워 할 것이다. 그 결과는 최 대통령은 물론 우리 지역을 더 하찮게 게 볼 것이다. 청백리의 표상 강원도 출신의 첫 대통령은 참담한 모욕으로 덮이고 만 것이다. 최 대통령을 어떻게 몰아 냈는지 이젠 밝혀져야 한다. 가해자가 직접 밝혀야 한다.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라면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 최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 원주의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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