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무엇이 행복한 길일까
<세상의 자막들>무엇이 행복한 길일까
  • 임영석
  • 승인 2019.01.14 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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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

나는 원주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다. 원주의 정신을 말하라면 나는 생명이라 말한다. 그런데 생명에 대한 소중한 생각을 갖게 하는 그 무엇이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겉으로 보기에도 다른 도시와 큰 차이점이 없다. 물의 도시도 아니고, 공기가 맑은 산소 도시도 아니고, 자연환경이 뛰어나게 보존되는 환경도시도 아니고, 사람이 살기 좋은 기업도시도 아니고, 이것저것 범벅이 된, 평범하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다행인지 모르지만 소금산 출렁다리와 뮤지엄 산이 한국관광 100선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광을 하는 곳이지 생명을 생각하게 하는 공간은 아니다. 생명을 생각하게 하는 공간으로는 동물원, 식물원, 생태공원, 자연환경 보전상태(천연기념물, 보호수, 동식물 보호), 서민의 주거환경 등을 말할 수 있다.

원주의 정신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활동으로 나는 원주 밥상공동체를 꼽는다. 특히 추운 겨울 연탄은행에서 서민들에게 연탄을 무료로 나누어주는 봉사활동은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하는 활동이 아닌가 생각한다. 해마다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원주 밥상공동체의 생명 존중의 봉사활동을 생각하면 안도현 시인의 다음 시가 생각난다.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 안도현 시 「너에게 묻는다」 전문

원주는 섬강과 치악산이라는 훌륭한 자연환경이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얼마나 오래 원주에 머물다가 가는지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자연의 품에서 함께 호흡하고 즐기는 시간을 만들어 내야 할 때다. 등산이나 트래킹 같은 운동은 얼마든지 실내공간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자연의 품에서 삶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훌륭한 자연이 있는 것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생명이란 행복을 느끼는 시간을 오래 만들어내는 일이라 생각한다. 쓰레기 처리 방법이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는 방법도 있고, 연탄은행처럼 한여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서민들의 휴식공간도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인다면 원주에서만 할 수 있는 생명 정신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일만큼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은 없다. 자연의 품에서 교육을 받고 자연의 품에서 사랑을 배우는 도시, 그리고 자연의 힘으로 아름다운 삶이 활기를 찾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원주의 꽃이 장미꽃인데 장미꽃이 특별하게 구성된 공원 하나 없다. 장미꽃만큼은 원주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장미 길이 십 리 화랑처럼 만들어졌으면 한다. 힐링이란 그 도시가 지향하는 정신을 가장 잘 살렸을 때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원주의 간현 출렁다리가 관광의 명소가 된 것처럼 원주의 생명 정신이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삶의 길 하나 섬강을 따라 만들어져도 좋고, 치악산을 따라 만들어져도 좋다. 그 길은 봄이면 살구 꽃이 피고 여름이면 장미꽃이 피고, 가을이면 해바라기 꽃이 피어 주말마다 가족들과 손잡고 함께 걷을 수 있다면 덧없이 좋겠다. 생명이란 좋은 추억이 쌓이면 저절로 행복하게 늘어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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