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산업 산파역(産婆役)에서 목공예로 후반생(後半生) 조각
의료기기산업 산파역(産婆役)에서 목공예로 후반생(後半生) 조각
  • 이혜원 기자
  • 승인 2019.02.12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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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윤형로 전 원장, 목공예 공방 운영
못 박지 않는 전통 목공예 기법 사용
첫 작품은 손녀 아기 침대
모든 작품에 친환경 접착제, 페인트만 고집
△ 윤형로 교수가 직접 만든 진공관 스피커를 보여주고 있다
△ 윤형로 교수가 직접 만든 진공관 스피커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4년 정년퇴임한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윤형로 전 원장이 귀래에서 목공방을 운영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전자공학분야 전문가인 윤 전 원장은 퇴임을 앞두고 읽던 책에서 정년 퇴임하면 혼자 노는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글귀를 보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운동은 파트너가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손으로 만지는 것을 좋아했던 것을 떠올리고 목공일을 배우기로 결심, 여기 저기 수소문 끝에 목공방을 찾아갔다. 처음에는 DIY 목공방에서 6개월 가량 배웠지만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이미 잘라진 목재로 정해진 틀에 맞춰 만드는 것은 윤 전 원장이 생각하는 방향과 맞지 않았다. 다시 수소문 끝에 서곡리에서 전통 목공예 기법으로 작품을 만드는 박종선 선생을 만나게 되면서 못을 박지 않는 한국의 전통 목공예를 배우게 됐다. 하지만 배우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목공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박 선생의 고집으로 처음에는 단박에 거절 당했다. 이후 독학으로 목공예에 필요한 기계와 공방을 마련 했고 때마침 귀래 윤 전 원장 집 인근으로 공방을 옮긴 박종선 선생과 친해지면서 목공예를 제대로 배울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윤 전 원장은 “박선생의 목공 주제가 ‘빛과 소리’라 제 전공인 전자공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잘 맞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잘 맞는다”며 “요즘은 박선생이 작품에 들어가면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나무를 다루고 첫 작품은 그 즈음 태어난 외손녀의 침대였다. 나무 선택부터 설계, 재단까지 꼼꼼하게 신경 쓴 끝에 완성 된 아기 침대는 둘째 외손녀와 친손주까지 3명이 사용하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쓸 수 없게 되자 최근 다시 공방으로 돌아왔다침대를 시작으로 손녀가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은 물론 손수 만든 목마를 만들어 첫 돌 기념 선물로 줬다. 할아버지의 정성 가득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외손녀들은 벌써 초등학생이 되었다. “돌잔치에 목마를 들고 갔더니 모든 손님들이 감탄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제가 만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위해서 목공예에 들어가는 페인트와 접착제 등 모든 재료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들만 사용한다고 했다. 현재는 ‘준이 공방’이라는 온라인 목공예 판매점을 개설하고 100% 주문 제작 시스템으로 목공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테이블과 싱크대 식탁 등의 일상용품과 윤 전 원장의 전공을 살린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 등 전문 기술이 접합된 작품을 다루고 있다. 윤 전 원장은 목공예는 시각적인 결과물이 탄생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분야라며 모든 작품은 100% 원목, 친환경 접착제, 무독성 천연 페인트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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