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비제(George Bizet, 1838~1875)’ 하면 생각나는 것은 단연 오페라 ‘카르멘(Carmen)’이다.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클래식 이야기 77회 참조)의 원작자인 철학자 ‘니체’는 물론, 이 곡의 작곡자이며 19세기 관현악법의 대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대작곡가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도 비제를 천재 작곡가로 인정하였는데, 이러한 극찬은 모두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우수성에 기인한 것이다.
니체는 오페라 ‘카르멘’을 일컬어 ‘건축학적으로 완벽한 작품’이라 했으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음표 하나라도 버릴 것이 없는 완벽한 음악’이라 평했고, 브람스는 자신이 카르멘의 열렬한 팬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대작 오페라 카르멘 초연 당시에는 관객들의 호응은 커녕 평론가들의 뼈를 때리는 혹독한 평가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카르멘 이전에 발표된 비제의 작품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인정을 받았지만, 열렬한 호응은 없었기에 작곡가로서 화려한 성공을 기대하던 비제는 오페라 카르멘의 작곡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오페라 ‘카르멘’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아리아 ‘하바네라’를 작곡할 때는 무려 13번이나 수정했을 정도라고 하니 비제가 카르멘에 쏟은 열정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첫 공연의 폭발적인 성공을 내심 기대하고 있던 비제는 더욱 의기소침해 졌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지독한 애연가에다가 극도로 소심한 성격이었던 비제는 결국 카르멘 작곡 과정에서 쌓인 과로와 공연 실패에 따른 스트레스에 심장질환까지 겹쳐, 카르멘 초연 후 3달 만에 36세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오페라 카르멘은 오히려 비제 사후(死後)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더도 말고 반년이라도 더 살아 있었다면 카르멘의 대성공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카르멘 이야기는 다음 회에 마저 하기로 하고, 오늘은 작곡가 비제의 생애를 조금 더 조명해 보기로 한다.
비제의 아버지는 성악가였으며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다. 음악적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답게 그는 10세때 파리 음악원에 입학했고, 17세에 첫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19세때는 로마대상을 받아 3년간 로마에 유학할 수 있는 혜택을 받기도 하였다.
프랑스 태생의 작곡가였지만 비제는 유럽 여러 나라의 이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오페라를 썼으며, 섬세한 관현악 기법과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추구하였다. 당시 전 유럽을 강타했던 바그너 가극의 영향으로 다른 작곡가들이 바그너를 모방하던 시절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평론가들은 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음표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말처럼 비제의 음악들은 멜로디와 화성 진행은 물론, 치밀한 악기 편성과 등장인물에 대한 또렷한 성격 묘사가 뛰어났고, 니체의 말처럼 “건축학적으로도 완벽한” 곡 전체의 주도면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오늘 소개할 음악은 비제가 17세에 쓴 첫 교향곡이다. 전체적으로 전통적인 독일 고전파 교향곡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1악장은 2/2박자의 빠른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다. 프랑스 낭만파 작곡가의 작품이지만 마치 모차르트나 하이든의 음악을 연상케 하는 진행이 흥미롭다.
2악장도 전통적인 고전파 교향곡의 형식에 따라 느리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작곡되었지만, 오보에의 애절하고도 이국적인 멜로디는 마치 오페라 카르멘의 집시들을 연상케 한다. 여기서부터 카르멘의 감성이 시작된 것일까?
3악장은 베토벤이 선호하던 스케르쵸, 4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되었는데, 낭만파 음악의 감수성이 느껴진다. 교향곡 하나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과 낭만파 시대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비제의 교향곡 1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은 비제의 교향곡 1번 중 이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2악장을 들어보겠다. 오보에의 우수에 젖은 멜로디에 흠뻑 빠져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https://youtu.be/VkjDydZfVpE (클릭)
유튜브 검색어 : 비제 교향곡 1번 2악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