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단지만 믿고 6년전 왔건만, 결과는 실망 뿐”
“화훼단지만 믿고 6년전 왔건만, 결과는 실망 뿐”
  • 심규정 기자
  • 승인 2019.02.25 0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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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화훼영농조합법인 전동민 대표, 격정 인터뷰
2010년 시 사업설명후 2013년부터 서울→원주정착
사업 지지부진...시설비,난방비 부담 가중 호소
사업 신뢰상실, 불신 가중...“부농의 꿈 멀어지나요”

위대한 꿈인가, 헛된 망상인가. 착공을 위한 조성계획을 제출하지 않아 한차례 관광단지 지구지정이 연기된 원주화훼특화관광단지(이하 화훼단지). 오는 11월 말까지 조성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지구지정 효력이 상실된다.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해 생긴 암울한 상황이다. 그동안 투자자 유치, 토지보상비 잔금 지급 등을 둘러싸고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처럼 수많은 빈말만 이어졌다. 하지만 실체는 드러난 게 아무 것도 없다. 사업이 물 건너 갔다는 섣부른 전망 마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업부지 일부가 경매에 넘어가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원주시도 오매불망 사업자의 투자자 유치에 목을 멜 뿐 사실상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른 행정불신도 커지고 있다. 화훼단지의 명분은 화훼농가 유치에서 출발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화훼농사를 짓다 지난 2013년 문막읍 궁촌리에 터를 잡은 원주화훼영농조합법인 전동민(67.양양꽃농원) 대표. 전 대표 만큼 화훼단지의 산증인도 없다. 지난 21일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농장 골방에서 그를 만났다. 벌써 원주에 온지 횟수로 6년째. 그동안 투입된 토지임대료, 시설비, 난방비 등도 감당하기 힘들다고 호소한 그는 화훼단지만 믿고 왔는데, 제가 피해를 본 것은 어떻게 보상 받느냐고 길게 탄식했다.

Q. 2013년 문막에 오게 된 계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A. “2010년 원주시에서 화훼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어요. 당시 주무부서가 농업기술센터였습니다. 원주시에서 사업설명회를 한다고 해서 하남지역 화훼농가 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장소는 농업기술센터였죠. 관광버스 2대까지 동원돼 저희들을 행사장으로 데려 왔습니다. 그때 수도권은 보금자리 주택개발로 화훼농가들이 설자리를 잃는 상황이었습니다. 화훼를 테마로 하는 관광단지에 값싼 열과 전기를 공급한다고 하니, 저희로서는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없었죠. 이후 일주일에 2,3번 원주시를 찾다 지난 2013년부터 아얘 정착하게 됐죠. 화훼단지에서 생산된 꽃이 관광객들에게 안정적으로 판매될 수 있고, 열을 정상적으로 공급하니 상품성도 좋을 거고요. 미래를 보고 온겁니다

Q. 영농법인까지 만드 셨네요

A. “2013년 만들었어요. (농업기술센터에서)‘어짜피 단지에 올 거면 영농법인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 강동구 상일, 경기도 과천·고양시 3개 지역 농가를 확보했습니다. 50개 농가였습니다. 바로 사업이 될 것 같은 분위기였으니까요. 현재는 조합원이 5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농가는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요즘 이들 농가들로부터 전화 받기 조차 겁이 납니다. ‘언제 되냐’, ‘힘든 것 아니냐’, ‘빨리 답을 달라정말 난감할 지경입니다. 이젠 뭐라 답변하기도 힘듭니다.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했으니까요

그는 이곳 농장 1,800에서 카네이션, 페라고늄, 해당화, 석죽을 재배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 2명과 일하고 있지만, 3월 출하가 시작되면 일당을 주고 동네 어르신들을 고용해야 한다.

 

Q. 현재 원주에서 화훼농사 짓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A. “저희는 전기보일러를 사용하는데 한달에 난방비가 157만원 정도 듭니다. 이것도 큰 부담입니다. 물론 연탄·기름보일러 보다(월 200~300만원)는 적게 먹히는 편입니다. 만약 발전소에서 열을 공급받으면 몇십만원에 불과하겠죠. 화훼농가의 수익은 난방비를 얼마나 적게 지출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판로 문제도 그렇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는 유통업자들이 물건을 가지러 왔는데, 여기에서는 제가 직접 물건을 싣고 수도권을 오가야 하니...

 

Q. 얼마전 정부가 수도권 3개 도시(경기 남양주.하남시, 인천 계양구)에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에 있는 화훼농가들이 결국 토지 보상받고 떠나야 할 형편이라면서요.

A. “그렇죠. 토지보상비를 받고 화훼농사를 지을 대체부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적지 않은 보상비가 나올 텐데, 그들에게 원주화훼단지 토지 매입은 쉽다고 봅니다. 땅값이 싸기 때문이죠. 현재 새로운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농가들이 경기도 용인, 여주, 이천 등지를 선호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나 그곳은 역시 난방비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겁니다화훼단지 조성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니 원주시로서는 그곳 화훼농가를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수 있는 거죠

Q. 원주시에 부탁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저는 부푼 꿈을 안고 원주에 왔는데, 그 꿈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갑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그 많은 시간동안 사업은 왜 진척이 없는지, 시 당국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게 많지만, 지금까지 속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기대감속에 살아왔어요. 이젠 절망감이 커져만 갑니다. 화훼단지 제대로 추진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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