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어느 쪽이 더 부적절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뿌린 대로 거둔다” 라는 말이 있다. 거짓은 진실과 상반된 언어로서 결과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언어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고 자란 훈계가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어린이는 어른이 되어 그의 자녀들에게 또 다시 같은 무게로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은 나쁘니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반복하여 인간관계를 일그러뜨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중년이 된 현철(가명)이는 한때 대기업 기획팀에서 잘 나갔던 시절이 있었지만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는 새 직업을 찾지 못하고 꽤 오래도록 백수생활을 했다. 한 동안 뜸했던 고등학교 동창모임에 오랜만에 나갔다. 동창모임에서 친구들이 명함을 건넬 때마다 마땅히 건넬 명함이 없었던 그는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는 건축자제 도매업을 하고 있는데 오늘 깜빡하고 명함을 갖고 오지 않았네. 미안”이라며 거짓말을 했다. 몇 달 후 다시 동창회에 참석한 그는 지난번에 한 거짓말을 사실처럼 만들고자 있지도 않는 유령회사 명함을 만들어 동창들에게 돌렸다. 그러나 그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필이면 동창생 중 한 명이 실제로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제품 판로를 위해 그를 찾는 과정에서 결국 그의 명함에 인쇄된 회사가 아예 존재하지 않은 유형 회사임이 드러났다.
발 없는 소문이 천리를 간다고 그의 거짓말과 행동은 순식간 동창생들에게 퍼졌고, 친구들은 그를 멀리해야 할 사람으로 낙인찍고 말았다.
거짓말은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나쁜 습관이지만 사는 동안 거짓말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짓말이 누군가를 이롭게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울려 사는 공동체 집단 하에서는 경우에 따라 착한 거짓말이 이로울 때가 있다. 그러므로 선의로든 실수로든 거짓말로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건강 사람들은 불편한 거짓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이 위험한 이유는 습관화된다는 데 있다. 가장 쉽게 훈련되는 언어적 행동이기도 하다. ‘가랑잎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거짓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이라는 우물이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거짓은 거짓을 낳고 그 거짓은 또 다른 거짓으로 이어지면서 결국에는 파멸을 불러온다. 거짓말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거짓말을 통해서 얻는 단기적인 이익만 중시하기 때문에 거짓말과 속임수를 명예와 행복을 얻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안타까운 건 한 순간의 기쁨 뒤에는 꼭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은 여러 가지 동기에서 비롯된다. 보통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익 때문에 혹은 책임을 전가하거나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 평생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 거짓말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삶 자체가 암담해진 사람, 사기가 버릇이 되어 친구와 타인의 신뢰를 잃은 사람 등 기회, 능력, 신뢰를 잃어서 생긴 손실은 결코 숫자로는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거짓말과 속임수는 타인과의 신뢰를 부수는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왜곡시키고 자존감과 자신감마저 잃게 만드는 무서운 무기인 것이다. 결국 거짓말이 습관화되면 자신감과 행동원칙을 잃게 되고, 이는 곧 사람으로서 다 해야 할 책임과 꼭 지니고 살아야 할 가치를 무너뜨리게 된다.
법(法)은 우리들의 삶 속에 질서이고, 우리들이 지키고 가꿔야 할 가치이며, 믿고 기대야 할 의지여야 하거늘, 요즘 우리가 접하는 法은 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놀이이고, 도구였던 것 같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접대는 성폭행이 되어도 괜찮았던 그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안팎으로 요란한 요즘! 누가, 어느 쪽이, 더 큰, 더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대부분의 국민들은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거짓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멈추지 못할 경우 그게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