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지산지소(地産地消) 희망을 봤다
〔비로봉에서〕 지산지소(地産地消) 희망을 봤다
  • 심규정
  • 승인 2019.04.0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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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심규정〔발행인.편집인〕

아주 진지했다. 속내를 털어놓고 해결책을 찾는 모습은 무척 따스해 보였다. 지난달 28일 흥업면 대안리 원주푸드종합센터에서 열린 ‘혁신도시 공공기관 로컬푸드 공급확대 실무회의’ 풍경은 내내 훈훈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강원도, 원주시 관계자와 강원혁신도시 공공기관 급식 담당자 10여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지역농산물을 공공기관 식자재로 공급하는 방식을 논의하는 자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8월 나주혁신도시에서 처음으로 시범사업을 펼친 이후 두 번째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강원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이 자체 식당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지역농산물은 얼마나 구매하고 있는지 여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단연 으뜸으로 평가됐다. 올해 1월부터 월 1회 로컬푸드데이 행사를 갖고 있다. ‘감자하면 강원도’란 말이 있 듯 얼마전에는 강원도 감자를 활용한 꽁고리밥을 제공해 직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올 연말 위탁업체와 계약이 만료되는데, 업체 선정 시 지역농산물 납품조건을 명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역시 큰 형 답군요” 회의를 주재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의 높은 평가가 뒤따랐다. 문막농협과 판부농협에서 토토미 100%를 구매하고 있는 적십자사는 원주시 관계자에게 “로컬푸드 생산목록을 보내달라”고 적극성을 보였다.

우리 농촌은 지금 ‘바람 앞의 등불’ ,‘풍전등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층의 대거 이탈로 농촌은 황폐화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 수입농산물이 밀물처럼 몰려와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나주혁신도시에서 공공기관 로컬푸드 공급확대 시범사업을 펼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중소 고령농을 키우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10개 공공기관에서 128개 품목을 구매하고, 급식출하 농가도 47호로 사업이전보다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요처 확보, 농가 조직화, 공급망 구축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국 혁신도시로 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강원혁신도시의 경우 전국 혁신도시 중 여건이 가장 뛰어나다고 봤다. 지난 2014년 로컬푸드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전국 최초로 푸드종합센터를 설립한데 이어 직매장(7개)이 많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았다. 제도적 지원책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공공기관·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지표’에 ‘지역농산물 구매실적’을 추가키로 확정했다. 세부 평가 내용 가운데 기존 ‘지역생산품 우선구매’를 ‘지역농산물 등 지역생산품 구매확대’로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지역농산물 구매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넘어 산이다. 식수인원(食需人員)이 적은 공공기관은 단가를 맞추기 어려운데다 로컬푸드 품목의 한계, 비싼 단가는 숙제 중의 숙제다. 일부 공공기관은 “일단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위탁업체의 사정을 감안해야 하고 지역농산물 구매를 강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과 지역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다. 서로 부대끼며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경제다. 지금 각종 경제지표가 꼬꾸라져 위기의 진폭이 커지고 있다. 농민들의 주름살은 더더욱 깊어지고 있다.

단 한방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강원혁신도시 공공기관이 로컬리즘 구현에 좀더 적극성을 띄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에는 농산물을 구분할 때 국내산, 수입산이란 이중잣대로 봤지만, 이제는 국내산 뿐만 아니라 지역산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고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말했다.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처럼 ‘누이좋고 매부좋은’ 윈윈모델이 하루빨리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농촌들녁에 봄내음이 가득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에도 지역색(地域色)이 넘쳐 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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