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같아 보이지만 다르고 다르게 보이지만 비슷한
[기고] 같아 보이지만 다르고 다르게 보이지만 비슷한
  • 김진우
  • 승인 2019.07.21 2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우 북스리브로 원주점장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독특한 독서 습관들과 성향을 가지고 있다. 또 즐기는 책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오로지 책과 씨름하는 타입인 사람도 있는 반면 음악이 흐르는 카페 같은 조금은 산만한 공간에 가야 책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타입도 있을 것이고 움직이는 자동차나 지하철에서 겨우 짬을 내어 독서를 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의 영적 지적 호기심의 목마름을 촉촉하게 적셔 줄 세계 명작이나 베스트셀러에 심취해 있는 독자도 있는 반면 줄기차게 한 분야만 고집해 각기 다른 분야에서 경지에 오른 독자들도 많을 것이고 관심을 가지던 분야가 어떤 경험으로 인해 급작스레 바뀌어 또 다른 호기심과 경지를 행해 달려가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굉장히 엄격하고 협소한 독서 습관 덕에 관심이 있는 분야 또는 저자의 작품에만 발걸음을 옮기는 고집스러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덕에 몇 개 분야는 나름 그 분야에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에 비하면 그 분들의 발 끝도 따라가지 못함을 늘 안타까워만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아주 흥미로운 독서법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좀 식상하지만 제법 알려진 표현으로 따로 또 같이 라는 문구로 표현할 수 있는 이 방법은 같은 소재의 도서 중 각기 다른 느낌을 주는 것들을 골라 비교해 보며 읽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학교 폭력이란 공통된 소재를 사용하는 많은 작품들 중에 나름 대표적인 작품인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을 비교해 읽어보면 정말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 된다.

아직도 쉽게 근절되지 않는 학교 폭력을 주 소재로 다루는 이 두 소설은 그 폭력을 해결하는 방식이 확연히 달라 필자를 흥분시켰는데 읽어 본 독자들은 다 알다시피 두 작품 모두 화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영웅과 우상이 몰락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몰락하는 방법이 확연히 달라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다.

폭력에 굴복하고 비굴하게 지내던 화자를 비롯한 반 친구들이 강력한 선생님의 도움으로 영웅으로 생각했던 인물이 학교에서 쫓겨나고 몰락한 영웅의 모습에 자신의 비겁함을 정당화하는 이문열의 작품을 보며 나 또한 저런 비굴함을 지니고 살지 않았나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 보았고 교활한 담임과 반장의 놀라운 시나리오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화자의 우상은 "무섭다. 무서워 살 수가 없다"는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사라져 버림을 보고 나 자신에게도 합법과 선을 가장한 위선적인 모습이 있지 않을까 싶어 솔직히 두려웠다. 한 조직의 악으로 상징되는 그 무엇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에는 두 작품 다 성공을 거두지만 화자가 느낀 감정과 행동들이 나를 두렵게 한 것이다. 정말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이었다.

아마 일반적인 독자들은 권선징악 이라는 이야기 방식을 택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더 친숙하고 쉽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수 있겠지만 우상의 눈물에 나오는 해결 방식도 50대 이상이라면 한번쯤은 느껴 본 감정이리라 믿는다.

그도 그럴 것이 필자는 직접 겪어보지 못했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시발점이라 불리는 4.19와 1980년 민주화의 봄 시대 이후 급변한 사회상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는 참으로 다양한 해결 방안이 있을 것이며 어떤 방법이든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두 작품에 나오는 각각의 해결 방법 또한 이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가 이 두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어떤 방법은 일관되게 옳고 어떤 방법은 일관되게 나쁘다 라는 그런 시시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해결 방법을 통해 각자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혹자는 이문열의 작품은 소위 말하는 우파적 해결 방법이고 전상국의 작품은 소위 좌파적 해결 방식이라고 말들을 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치판에 도통 관심이 없어 잘 모르기도 하고 편을 갈라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