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점자블록도 사회적 약속이다
[세상의 자막들] 점자블록도 사회적 약속이다
  • 임영석
  • 승인 2019.08.04 2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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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
△ 임영석<시인>

요즘 교통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부쩍 강조되고 있다. 특히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연일 강조되고 있다. 아무리 신체적으로 정상적인 몸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고를 낸다는 것이다. 때문에 음주운전은 절대로 하지 말자는 사회적 약속이다. 비단 이 음주운전 문제뿐만 아니라 작던 크던 수많은 것을 약속하고 살아가고 있다.

필자는 몇 번 이 칼럼 지면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이 안심하고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오늘은 사람이 걸어 다니는 인도에 설치된 점자블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누구나 길을 걷다 보면 보도블록에 점자가 새겨진 노란 보도블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이 길을 걸어가게 하는 안내표시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신호등이 고장나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생각을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원주 시내 곳곳을 조금만 걸어보면 그 문제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점자블록이 형식적이고 눈가림용으로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법으로 점자블록을 설치하라고 되어 있으니까 그 점자블록을 사용하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법령에 따라 설치했다는 시늉만 냈다는 것을 곳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원주 남부시장부터 행구동 수변 공원까지 걸으면서 점자블록을 보고 느낀 문제점을 열거해 보겠다. 점자블록을 따라가다 보면 횡단보도 앞에서는 점자블록이 사라진다. 그리고 횡단보도에 설치된 신호등 기둥과 블록이 겹쳐 부딪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거나 공사 구간에서는 점자블록 자체가 없는 곳도 다반사였다. 더 중요한 사실은 버스 승강장이다. 버스승강장을 뚫고 걸어가게 점자블록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도 걸어가기 힘들 정도로 울퉁불퉁 보도블록이 꺼져 있는 것도 많았고 점자블록이 공사로 인해 사라진 곳도 많았다. 누구 하나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바라보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라는 것이 여실히 증명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사회적 약속을 강조한다. 특히 공공의 장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약속을 지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작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작은 배려에는 무관심하다. 원주시는 건강도시라 말하고 강조하는 도시다. 건강도시는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원주시는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인이 건강하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설치한 점자블록에 대한 시설 점검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남부시장에서부터 행구동 수변 공원까지 설치된 점자블록을 통해 건강하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요즈음 일본 아베 정권의 만행에 'NO JAPAN' 운동을 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 현수막을 붙이고 일본을 규탄하고 있다. 정치인은 국민의 눈에 띄기 위해 'NO JAPAN'을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하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문제가 있을 때에만 반짝 그 문제를 들고일어나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평소 우리가 우리 스스로 약속한 것들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관리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적하고 문제가 없도록 하지 않고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흉내를 낸 결과가 일본이 우리를 얕잡아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국가의 힘은 그 국가의 기초질서를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휴지를 버리지 않는 것,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것, 신호를 지키는 것,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 등등 공공질서를 얼마만큼 잘 지키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시민의식이 높고 낮음을 말할 수 있다. 또한 국가는 시민의식이 잘 지켜지도록 시설을 보완하고 관리 점검하는 일을 잘 해 놓아야 한다. 점자블록도 교통신호와 같은 사회적 약속이다. 다시 한 번 점자블록을 이용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 원주시는 원주시에 있는 점자블록을 점검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NO JAPAN' 운동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들 양심이 정직해야 할 것이다. 울퉁불퉁 푹 꺼져 있는 보도블록과 같은 모습이 우리 사회의 현실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와 보였다. 평소에는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고 있다가 여론의 바람을 따라 행동하는 'NO JAPAN' 운동처럼 행동하지 않았으면 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걷는 점자블록을 가로막고 있는 버스승강장, 교통신호등, 공사로 인해 두절된 길 등은 지금 원주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애가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NO JAPAN 운동에 앞서 우리 스스로 우리를 바라보는 거울부터 깨끗이 닦고 우리 힘을 키워야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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