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우리 정치, 다시 생각해 본다
[세상의 자막들] 우리 정치, 다시 생각해 본다
  • 임영석
  • 승인 2019.09.22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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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시인>
△임영석<시인>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하루하루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시간을 낱낱이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할 것이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요즘 고위직 국회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 동전의 양면처럼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정권이 바뀌면 낳아지겠지 생각을 하지만, 인사에 관한 문제는 국가적 재난 수준의 분열을 가져왔고 국민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왜 매번 반복되는 문제를 우리는 겪어야 하는지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각자 자기 방향에서만 바라보고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이미 학교 교육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모습을 다 배웠다. 바라보는 방향, 거리, 위치, 등에 따라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학습이 되어 있지만 살아가는 삶에서는 내 기준에 가까운, 내 필요성에 가까운 것만 선택하여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모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초등학교 일학년도 생각하는 토론도 안 되고, 의견 교환도 안 되고, 서로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식으로 싸움만 하고 있다는 인상만 받는다.

오죽하면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이냐 물으면 싸움하는 곳이라는 답이 나올까 싶다. 싸움은 중요하다. 스포츠의 경기도 일종의 싸움이다. 그러나 룰이 있고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이 있다. 그래서 정정당당하다고 말한다. 실력이 있고 능력이 있는 팀이 이기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는 정정당당한 싸움을 하지 않는다. 말끝마다 국민을 불러놓고 사사건건 심판을 봐 달라고 한다. 국민은 매번 국회의원 선거로 판정을 해 준다. 그러면 그 기준에 맞게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싸움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의 이름이 너무 자주 바뀐다. 사람의 이름도 한 번 지으면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의 이름은 마치 장사가 잘 안되면 폐업을 하고 다시 다른 업종으로 신장개업하는 구멍가게처럼 이름만 바뀐다. 지금 국회의원 수로 선거에서 정당 번호를 부여하는 데 정당의 이름을 오랜 시간 지켜온 정당이 앞 번호를 부여하게 한다면 감이 쉽게 바꾸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 정치가 전통을 지키지 않고 선장 하나 바꾸면 배의 이름을 바꾸어 항해를 하는 수준 낮은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된 나무도 한번 자리를 옮겨 심으면 뿌리를 내리는 데 몇 년이 걸린다. 그럼에도 정당의 이름을 자주 바꾸는 것을 보면 정당의 이름을 바꾸는 정치인의 문제만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문제를 눈감아주는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도 문제다. 100년의 전통 정당을 표방하는 정치, 100년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국민의 수준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깨가, 처음부터 고소한 게 아니었다 // 고소함을 내재한 자신의 끼를 / 불이 확 달궈줘야만 / 비로소 달아오른 끼 / 톡 톡 톡 깨어나며 / 튀어 오르며 / 원초적 재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 그러니, 깨 혼자서는 끼를 발산 못 하는 일 / 나를 확 달궈라’, 박숙이 시인의 ‘깨의 끼’ 전문

고소한 기름을 맛보기 위해서는 깨를 달달 볶아야 한다. 싹이 돋아나는 생명력을 지우고 맛이 우러나게 불로 깨의 몸을 달구어야 한다. 고소한 맛과 생명력을 모두 갖겠다고 하면 고소한 맛도 생명력도 얻지 못한다. 정치란 것도 정치의 씨앗은 따로 남겨두고 고소한 맛을 내는 정치의 참맛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서로 각자 씨앗이 되어 세상을 바꾸려 하니 맛을 잃는다. 자기희생을 하지 않고 정치의 고소한 맛을 낼 수가 없다. 자기희생의 정치인이 없기 때문에 구태가 반복된다고 본다.

판을 바꾸어도 맛이 없다는 것은, 깨가 부실하거나, 깨를 잘 볶아내는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은 고소한 맛의 정치를 원하는데 깨만 달달 볶다가 시커멓게 태워 쓴맛의 기름 맛을 보여주는 것이 현 국회와 정당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국민이 그 판을 선거로 새롭게 바꾸어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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