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는 13살 때 조국 헝가리를 떠나 인생의 대부분을 독일과 프랑스에서 살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조국 헝가리에 대한 짙은 향수가 남아 있었다.
젊어서부터 리스트는 헝가리의 민속 음악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쓰기 시작했는데, 헝가리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1000년 전 침입해 들어온 ‘마자르’족과의 동거이다. 그러한 이유로 헝가리의 민속 음악에는 자연스럽게 마자르족 고유의 민속 춤곡이 녹아 있게 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챠르다스(Czardas)’이며, 챠르다스는 ‘라싼(Rassan)’과 ‘프리스카(Frisca)’라고 불리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장엄하고 애절하고 느린 부분이며, 후자는 명랑 쾌활하고 열광적이며 빠른 부분이다.
이 ‘챠르다스’라는 춤곡을 주요 소재로 하여 만들어 진 곡이 바로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며, 우리말로 번역되어 ‘헝가리 광시곡’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오늘 들으실 곡은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중 클래식 팬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2번인데, 이 곡 역시 ‘챠르다스’의 영향으로 정적이며 애절하고 장엄한 느낌마저 드는 느린 앞부분(라싼)과 명랑 쾌활하고 열광적인 빠른 뒷부분(프리스카)으로 나누어져 있다.
https://youtu.be/E9S2CfDwNAg (클릭)
헝가리 광시곡 제2번은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등 수 많은 영상 작품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으며, 독일 작곡가 <네케>의 명곡 <크시코스의 우편마차>에도 인용되어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음악이다. 이 곡은 느리고 장엄한 느낌의 앞부분과 명랑 쾌활한 뒷부분이 대조되기 때문에, 이 곡 하나가 성격이 전혀 다른 여러 영상물에 두루 쓰이게 되었다.
이 작품을 감상할 때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Cadenza ad libitum’이라는 음악 용어다.
열광적인 ‘프리스카’ 부분이 끝날 때쯤(9‘23“) 돌연 서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며 이 분위기가 마무리되는 9‘45“쯤 ’Cadenza ad libitum’가 나온다.
‘Cadenza(카덴짜)‘라는 용어는 곡의 절정 부분으로 연주자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부분인데, 언젠가 설명한 적이 있으므로 오늘은 ‘애드립’이라는 용어에 중점을 두어 설명하겠다.
여기서 ‘Cadenza ad libitum’이라는 말은 원래 “원곡의 테마를 바탕으로 하여 카덴짜 부분을 연주자가 자유롭게 알아서 연주하라”는 뜻이다.
‘ad libitum’이라는 용어는 줄여서 ‘애드립’이라고도 부르는데, 요즘에는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에서 출연자가 각본에 없는 대사를 재치있게 알아서 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와같이 ‘Cadenza ad libitum’의 본래 의미는 ‘자유로운 연주’지만 몇 몇 음악가들이 이 곡의 카덴짜를 미리 만들어 놓았는데, 오늘 감상하실 동영상의 카덴짜 부분은 ‘리스트의 환생’이라고도 불리우는 헝가리 출신 비운의 피아니스트 ‘Cziffra(찌프라)’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러시아 출신의 대작곡가 ‘라흐마니노프(Rachmaninoff)’도 헝가리 광시곡 2번의 카덴짜를 만들어 놓았는데, 본 칼럼을 인터넷으로 읽으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고, 신문 지면으로 읽는 분들은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라흐마니노프’의 카덴짜를 감상하실 수 있다.
역시 ‘라흐마니노프’답게 매우 화려한 기교의 피아노 음형이 압권이다.
https://youtu.be/aKRhIUMZohw?t=506 (클릭)
한편 ‘헝가리 광시곡’은 리스트 본인에 의하여 오케스트라(관현악) 곡으로도 편곡되었는데, 16곡 모두 관현악으로 편곡된 것은 아니고, 편곡한 순서도 피아노곡의 순서와 같지 않기 때문에 피아노곡의 넘버링과는 전혀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2번만은 피아노곡과 관현악곡의 번호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