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지역 정치인 인큐베이팅 제대로 하자
[비로봉에서] 지역 정치인 인큐베이팅 제대로 하자
  • 심규정
  • 승인 2020.01.05 2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예나 지금이나 선거 때만 되면 으레 듣는 말이 있다. “지역에 인재가 없다고 한다. 이건 좀 과한 표현이고 찍을 만한 후보가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지거나 출마를 전제로 행보를 이어가는 정치인들은 섭섭할 수 있겠지만, 이런 말이 지속되는 것은 지역으로서는 암담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정치인들은 원주는 정치인을 키우지 않는다고 메마른 어조로 말한다.

지난 12대 이후 당선된 국회의원의 선수(選數)를 보면 함종한 의원이 3, 김영진·이계진·박경수·김기선 의원이 재선, 송기헌·박우순·원광호 의원이 초선이다. ‘선수가 깡패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3선 반열에 오르면 중진의원으로서 국회에서 발언의 무게나 정치적 입지가 도드라져 지역 현안을 쏠쏠하게 챙길 수 있다. 혹자는 정치인 키우기에 인색한 이런 현상을 빗대 키울 만한 그릇이 없다거나 시민들의 변덕스러 정서 때문이다고 혹평한다. 심지어는 지역이 산으로 막혀서 사고의 폭이 좁다지형·지세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우리는 숱한 정치인을 지켜봤다. 정치의 인력시장이 천수답(天水畓) 처럼 보이는 것은 본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혐오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겠다. 어떤 사안에 접근할 때 시민의 눈높이와 확연히 차이가 나서 불통으로 비치거나, 정의와 불의를 분간하지 못한 채 드잡이 질을 하거나 소신이 지나쳐 나중에 오만과 독선의 늪에 빠지거나 초고속 디지털 시대청맹과니의 감옥에 갇혀 상대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나만의 시각일 수 있겠지만, 아마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 아닐까 생각해 본다.

레벨업 하기 위해 기회의 사다리를 타고 있는 지방의원들은 더욱 실망스럽다. “지방의원들의 눈높이는 시민의 평균 눈높이와 같거나 약간 높아야 한다는 소릴 자주 듣는다. 이 말은 일부 정치인들의 눈높이가 평균 이하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잠깐 권력에 취해 생물학적 나이보다 사회학적 나이가 배 이상으로 보여 벌써 웃자랐네라고 비꼬는 말까지 나오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다. 어찌 정치인만 탓하랴.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의 기준이 능력을 떠나 일도양단(一刀兩斷)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재단한다. 현자(賢者)를 투기하고 능자(能者)를 질시하는 투현질능(妬賢疾能)DNA’뼛속 깊이 새겨져 있다. 이런 감정의 찌꺼기들은 여전히 과부하가 되어 가슴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우리의 정신세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재작년 서울 강남 한복판 선술집에서 나름 성공한 동향 출신들을 만나 지역정치인들을 안주 삼 품평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예로 들면 이렇다. 특정 정치인 이야기가 나오면 장점은?”,“단점은?”,“당내 기반은?”, “훌륭하지”, “감이 아니야”. 이런 저런 대화 끝에 급기야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출신 관·재계인사까지 거론했을 정도니 빈약한 인재풀을 실감했다.

아무튼 인재를 제대로 키우지 않는 지역의 이런 정치적 토양은 우리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젊다고 무조건 미래가 촉망받는 정치인은 아닐 것이다. 얼굴에 분칠을 잘해서 잠시 옹골찬 인재로 보일 수는 있으나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지켜봤다. 나이가 많다고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지역 경쟁력의 원천은 핵심인재에 있다. 인재를 잘 키우고 활용한다는 것은 바둑을 둘 때 정확한 한 수를 두는 것과도 같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듯이 인재를 인큐베이팅하는 저변의 인식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운다. 그리고 현재를 확대경으로 보고 미래를 설계한다. 다가오는 4.15총선, 아니 멀게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된 인재를 뽑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