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즈벡에 턱교정 수술 노하우 전수 ‘단상(斷想)’
[기고]우즈벡에 턱교정 수술 노하우 전수 ‘단상(斷想)’
  • 이천의
  • 승인 2020.02.2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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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조교수]
△이천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조교수]

우즈베키스탄 치과대학과 인연은 2015년 시작됐다.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치과병원의 전임강사로 재직할 당시 병원에서 보건복지부의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이종욱 펠로우쉽”을 맡아 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이 사업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했고, 이에 총괄책임자였던 지도교수께서 단지 러시아어를 할 줄 안단 이유로 이 사업을 맡겨줬다. 참고로 부모님께서 하시는 일로 인해 91년부터 99년까지를 모스크바에서 보낸 경험이 있다.

이 사업의 개요는 의료지원이 취약한 전 세계 미개발국가의 의사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6개월간의 교육을 통해 의료수준을 향상시키고, 본국에 돌아가 해당국의 의료 선진화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필자는 우즈베키스탄 2명, 미얀마 2명을 포함 총 4명의 치과의사교육을 담당하게 됐다. 6개월이란 시간을 같이 지내며 이 분들과 정도 많이 들고 좋은 추억들도 생기게 됐다.

모든 교육기간이 종료된 이후 어느날 우즈벡치과대학 구강외과 선생님으로부터 본국에 와서 턱교정수술(양악수술)에 대한 교육과 수술봉사를 해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즈베키스탄은 미용수술에 대한 개념은 아직 없었으며, 더욱이 턱교정수술을 입안으로 시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을 때였다. 지금까지 해외봉사를 다니며 구순구개열수술(언청이수술)은 매년 해왔지만 턱교정수술은 그 난이도나 준비과정이 차원이 달라 선뜻 응하기 어려웠다.

구순구개열수술은 전적으로 술자의 능력이 중요한 수술로 술자가 떠난 후에도 비교적 간단한 교육으로 현지의사에게 환자를 보살피도록 할 수가 있다.

그러나 턱교정수술은 1. 술자의 능력은 당연하고 현지 치과교정과의사, 마취과의사 및 현지 구강악안면외과의사의 높은 능력을 고루 필요로 하고 총 치료시간도 약 1년이 소요되는 복합적인 수술이다. 일반적인 턱교정수술 절차는 크게 ‘수술 전 교정시기입원 및 수술교합의 안정기수술 후 교정시기’로 나뉜다.

2. 장기간의 치료계획을 통해 환자와 술자 및 현지의료진과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언어의 문제가 항상 뒤 따르기에 해외에서 턱교정수술봉사를 진행하기엔 많은 제약이 따른다.

3. 우리나라의 경우엔 정상적인 얼굴에서 미용적 목적을 가지고 수술을 많이 하는 반면, 해외봉사 시 만나는 환자들 같은 경우엔 대부분이 심한 안면기형을 가지고 방문을 하게 되기 때문에 난이도면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4. 많은 의료장비들과 비싼 재료들을 필요로 한다. 위 장비와 재료들의 세관 통과 문제 역시 존재한다. 아마 이러한 이유들로 많은 훌륭하신 선배교수들이 턱교정수술 봉사는 진행하지 못했을까 생각한다.

어릴적 우연히 배운 러시아어와 열정으로 위 1~3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고, 기구 문제는 또한 제가 속한 병원에 잘 부탁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현지국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 받아 4번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에 진행을 하게 됐다.

봉사 첫 해인 2016년은 필자가 경북대학교로 이직을 한 상태로 당시 몸담고 있던 경북대학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두 분과 구강외과로 개원하신 선생님 한 분을 포함 총 4명이 팀을 꾸려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가칭 ‘제 1회 국제 턱교정수술 Hands-on 세미나’를 진행하게 된다.

일회성 수술이 아닌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현지 환경에 맞춰 현지 의사 손으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그 목적을 두었다.

물론 모든 것이 처음이라 모든 과정이 문제의 연속이었으나, 생각보다 많은 관심에 열정적으로 일했던 기억이 난다. 2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경북대학교치과병원 및 구강외과개원이 선생님이 팀이되어 세미나를 진행하였으며 3~5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삼성서울병원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세미나를 진행했다.

매 회를 거듭할수록 현지 의료진으로부터 신뢰가 두터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으며 국영방송사로부터 취재를 받기도 했고, 그 결과는 매년 증가된 의뢰환자 수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다만 최근 들어 한가지 걱정이 생겼다. 우리팀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초기 취지와는 다르게 부유한 환자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내원하기 시작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원칙을 세우고 소외된 사람들이 외면당하지 않도록 수술 환자를 결정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듯하다. 물론 여기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의견교환을 통해 이 또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첫 수술 후 회진을 돌 때, 제 손을 잡고 울먹이며 감사해 하시던 환자의 얼굴을 기억한다. 겸손하게 첫 마음 잃지 않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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