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혼자 노는 시간
[세상의 자막들]혼자 노는 시간
  • 임영석
  • 승인 2020.03.29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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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시인>
△임영석<시인>

요즘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살면서 지금까지 사람과 사람을 대면하는 일을 공개적으로 하지 마라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고 본다. 혼자 노는 데 익숙한 나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지낸다. 그럼에도 어딘지 허전한 것은 가끔 서울 인사동 골목에 모여 차를 마시고 점심 식사를 하던 시인들의 얼굴이 보고 싶어도 이 코로나19 사태를 지나서 만나자고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혼자 노는 시간의 대부분은 책 읽기다. 각종 문예지며 보내오는 시집, 그리고 새로 구입한 책들을 읽는 시간을 빼고 나면 산책을 하거나, 진부하면 고향 부모님 산소에 다녀오는 일 외에는 손바닥만 한 밭에 가서 없는 일거리를 만들어 팔다리 허리 근육을 단련시킨다는 목적으로 삽질을 하고 괭이질을 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밭에 가서 필요 이상의 삽질을 하고, 필요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딱따구리란 놈이 딱, 딱, 딱, 내게 말을 건넨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알아듣지 못하지만 육감적으로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부리고 있나 생각을 한다. 누가 보면 어느 산중 산사의 목탁소리처럼 듣는 사람에게는 대단한 경지의 경 읽는 소리로 생각할 것이지만, 우매한 나는 그런 경(經) 읽는 소리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혼자 노는 시간이 주어지면 할 일이 많지 않다. 가장 손쉽게 하는 일이 운동이다. 처음에는 걷는 일부터 시작해서, 등산을 하거나, 낚시를 한다. 내 몸에 땀을 내는 일을 해야 혼자 노는 시간이 즐거운 시간이 된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야 텃밭에 나가 소일 삼아 밭도 매고, 풀도 뽑고 할 일이 지천에 깔려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소일거리가 없다 보니 취미 생활이 전부인 사람이 많다.

어떤 사람이 되었건 혼자 노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서는 평소 하루 2시간 이상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어서부터 그런 시간을 단련하지 않으면 많은 시간이 주어졌을 때 혼자 노는 방법을 찾지 못해 적적하기 그지없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필히 취미를 가져야 한다. 운동이나 등산, 낚시 같은 것을 빼고 지적인 취미를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림이나 붓글씨, 화초 기르기, 사진 찍기, 수놓기, 춤, 노래, 독서, 각종 자료 수집 등을 10년 이상 했을 때, 전문가적인 마음의 눈을 뜨게 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 적어도 수입의 10%는 정기적으로 취미활동을 위한 목적에 자료를 구입하고 공부를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대다수 사람들이 은퇴 이후의 생활에만 걱정을 하는데, 은퇴 이후의 생활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은퇴 이전에 마음의 길을 충실하게 닦아 놓은 사람 많이 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젊어서는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이 쌓여 있다. 그러나 막상 혼자 노는 시간이 주어지면 그 시간을 휴식 외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면을 멀리하고 나 혼자 주어진 시간이 많아졌을 때, 자신이 관심을 가졌던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해보는 일도 또 다른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은 아무도 바라볼 수 없다. 무엇을 축적해 놓았는지 알 수 없다. 혼자 노는 시간을 즐겁게 보낸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노력을 몸속에 가득 채워 놓고 있는 사람은 어떠한 일이 지나가도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벗은 책이어야 하고, 가장 진실한 벗도 책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진 요즈음, 곁에 진정한 벗, 백 권의 책을 곁에 두고 밤낮으로 그 벗의 마음을 헤아려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늘 혼자 놀면서 책이라는 벗이 들려주는 마음을 읽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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