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반전(反轉)의 삶
[기고]반전(反轉)의 삶
  • 김경숙
  • 승인 2020.04.05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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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성바오로이주민센터장]
△김경숙 [성바오로이주민센터장]

“어머, 어떡해? 저 사람 죽게 생겼네.”

비가 내리는 날 오후, 수녀원 공동체에서 영화 ‘베니스의 상인’을 보며 주인공의 긴박한 상황에 너무나 안타까워 발하시는 노(老)수녀님의 애절한 목소리다.

셰익스피어(영국, 1564~1616)의 5대 희극 중에 하나로 2005년 제작 영화인데, 나도 위기의 상황이 기억나지 않아 정말 가슴조리고 있었다. 그래서 얼른 스마트폰을 열어 영화줄거리를 찾아 읽으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지금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베니스의 항구에서 고리대금업을 하는 적대관계의 두 사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친절하면서도 인정이 많은 기독교인인 안토니오와 욕심이 많아 비싼 이자를 받으며 마음이 차가운 유대인인 샤일롯이 있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 행복하던 안토니오가 모든 재산을 쏟아 무역에 투자할 즈음, 친구 베사니오가 찾아와 돈 3,000 더켓이 없어 멜몬트가의 상속녀와 결혼을 못한다고 하자, 안토니오는 친구의 행복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적대관계에 있는 샤일롯을 찾아가 석 달 말미로 돈을 빌리는 대신, 못 갚을 경우 살 1파운드를 떼어내는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려 친구의 결혼식을 올리게 해준다. 그러나 석 달이 다 될 무렵, 안토니오의 상선이 베니스로 돌아오던 중 난파되어 전 재산을 잃게 되는 상황이 되자 샤일롯은 결국 재판에 회부 시킨다. 이 소식을 들은 베사니오는 아내 포샤로부터 3배가 되는 돈을 갖고 법정으로 달려가나 미움과 증오심에 가득 찬 샤일롯은 오직 계약서대로 살 1파운드를 떼어내기를 고집한다. 법학자 벨라리오의 대리인으로 재판을 맡게 된 포샤가 남장한 채로 진행하는데, 관용을 베풀어 원금의 3배가되는 돈을 받는 제안을 하는데도 샤일롯은 안토니오를 향해 칼을 겨누고 가슴에 칼을 대려는 순간이 지금의 상황이다. 

모두가 극도의 긴장감으로 안타까워 할 때 포샤가 외친다. “잠깐, 약속대로 1파운드의 살점을 떼어 내되 피는 한 방울이라도 흘려서는 안 된다”고 명령하자, 상황은 반전되어 샤일롯은 원금이라도 돌려받기를 원했지만 자비를 베풀 기회를 놓친 대가로 오히려 재산의 절반정도를 위약금으로 물며 딸마저 잃게 되고, 안토니오와 베사니오는 영원한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하는 내용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가슴이 뭉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나친 욕심은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 가득한 사랑을, 우정을 결코 갈라놓을 수 없음을 재확인함에서라 생각되니, 갑자기 지나온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정의라는 이름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자비를 베풀어 용서하기보다는 상처를 주었는지 눈을 감게 된다. 이제야 철이 드는 걸까? 

요즘 온 세상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심한 몸살들을 앓고 있다. 어느 한 분야가 아니라 삶 전체가 마비된 상황에서 극복해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아 온 맘으로 신(神)에게 기도를 청하고 있다.

우리의 몸이 수많은 유기체로 결합되어 숨 쉬듯, 지구도 수억의 유기체들로 연결되어 움직이고 있다. 어느 하나도 소홀이 할 수 없는 귀중한 것들로 서로 존중되어질 때 상생의 길이 열릴 것이다. 즉 우리 모두가 행복하려면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의 욕심을 내려놓고 ‘함께’함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투명하게 사랑을 나누는 것 즉 봉사하는 것이다. 그래야 세익스피어가 지향했던 반전(反轉)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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