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임동윤 作 / 교감의 그늘
[시가 있는 아침]임동윤 作 / 교감의 그늘
  • 임영석
  • 승인 2020.06.14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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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의 그늘

-임동윤 作

베란다에 장미 덩굴을 올리자
그믐 같은 집이 순식간 환해졌다
직박구리도 한 마리 이주해왔다
어느 곳에서 왔는지 묻지 않았는데도
가시와 가시 사이,
그곳을 피해 나뭇가지와 지푸라기
껌 종이와 비닐봉지까지 물고 와
새는, 둥지를 틀었다 허술하나
견고하게 지은 집 하나
알을 까고 새끼를 치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지줄 대던 것이
어느 날 물과 먹이를 주고
저를 사랑하는 것을 알았는지
가까이 가도 요란하게 울지 않는다
징글맞게 반갑다고 재재거린다
눈과 눈이 만나는 교감
그리하여, 새는 훌쩍 날아갈 것이다
또 다른 누울 곳을 찾아서

 

임동윤 시집 『고요의 그늘』. 《시와소금》에서

새들이 집을 짓는 모습을 보면 제 몸을 잘 숨기고 자신을 공격하는 천적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 임동윤 시인의 시 ‘교감의 그늘’을 읽어보면 서로 눈과 눈 마주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믐 같은 집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장미 덩굴을 올렸는데 그 자리로 직박구리 새가 날아와 둥지를 틀었다. 그 사이 서로 살아가기 위한 거리가 유지되다가 직박구리가 자신을 헤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부터 눈과 눈을 맞추는 교감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고 보듬어 줄 수 없다면 교감을 이루지 못한다.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그 그늘의 길이나 깊이까지 보며 생의 이면을 함께하는 자만이 고요의 그늘을 내줄 것이라는 것이다. 좋던 싫던 직박구리는 새끼를 이수시키기 까지는 장미 덩굴에 새들어 살아야 한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집 주인의 동태를 파악하고 제 새끼를 키워나갈 분위기 조성을 할 것이다. 요란하게 울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직박구리가 시인의 마음을 읽었다는 뜻이다. 강자가 약자를 보듬어주고 지켜주는 것 그것이 교감의 그늘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동등하게 마주 보는 일, 그 마음이 교감의 일일 것이다. 그 교감의 마음을 바라보게 하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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