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르치는 행복보다 더 큰 배움의 즐거움
[기고]가르치는 행복보다 더 큰 배움의 즐거움
  • 윤태삼
  • 승인 2020.08.09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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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삼 [한국YMCA원주중고등학교장]
​△윤태삼 [한국YMCA원주중고등학교장]

우리의 다음 세대 청소년. 그들에 대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교사의 꿈을 꾸었다.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말한 맹자의 말을 기억하며 교육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되뇌이기도 했다. YMCA원주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나의 교육관은 두 번 바뀌었다. 스스로 알아서 자신이 해야 할 공부를 하는 학생들, 부모님의 지지와 관심으로 맘껏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 일반 학교에서 잘 적응하며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 이러한 보통의 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학생들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학교에서 더 관심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의 교실에서는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방황하다가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곳이 바로 우리 학교다.

군자의 세 번째 즐거움과는 거리가 한참 먼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들을 보며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수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 문득 밝게 농담을 주고받는 제자들을 보며 궁금증이 생겨 물어본다. “너는 왜 우리 학교에 왔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꿈을 꾸는 학생들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영재가 아닌, 아무도 돌보지 않아 소외되고, 교육의 기회를 잃은 학생을 얻어 교육하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다. 

두 번째 변화는 성인반 학생들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50이 넘으면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학교는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정규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열이면 열 모두 다양한 사정이 있다. 그러나 배움에 대한 열정은 한결같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배우지 못한 한’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그들의 배움에 대한 자세는 특별하다. 아침에 골목을 나오다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친구와 마주칠까봐 얼른 담장 뒤로 숨어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움과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던 그 어린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책상에 앉아 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선생님들은 너무도 멋지고 아름다우신 선생님들이다.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배운 후에 곧바로 잊어버리는 못난 학생들을 위해 또 다시 웃으시며 설명하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나이도 직업도 살아온 환경도 모두 다르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친구이다. 학교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들이 되었다. 나는 나이든 학생들에게 작은 지식을 가르치고 커다란 인생을 배운다. 생각의 지경이 넓어졌다는 얘기다. 이들도 청소년임을 새삼 깨닫는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해묵은 격언이 진실이 되는 순간이다. 

중학교만 졸업해도 소원이 없겠다는 마음으로 입학했지만, 고등학교는 당연한 것이 되었고 어느새 대학을 꿈꾸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우리 학교에는 두 종류의 학생이 있다. 첫 번째는 ‘훌륭한 학생’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이해도 잘하고 성적도 좋은 학생이다. 이들에게 수업시간은 너무도 즐거운 시간이다. 두 번째는 ‘더 훌륭한’ 학생이다. 내가 이들을 더 훌륭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피곤해서 졸리고, 이해도 안 되고 가끔 이해되는 것도 책 덮으면 온데간데없이 기억에서 지워지고. 시험시간이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학생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더 훌륭할 수밖에 없다. 

난 우리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훌륭한 학생들과 더 훌륭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학생들과 교사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곳! 강원도 유일의 학력인정 평생교육 학교! 이곳에서 배움이 무엇인지 새삼 다시 배운다. 아직도 우리학교의 존재를 몰라서, 또는 나이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부탁드리고 싶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학교에 다니기로 결정한 것입니다”라는 말을 기억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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