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24)] 소토 보체(sotto voce)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24)] 소토 보체(sotto voce)
  • 최왕국
  • 승인 2020.09.1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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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한양음대]
△최왕국 작곡가 [한양음대]

악상기호 ‘소토 보체(sotto voce)’는 이태리어로서 “작은 소리로(절반 이하의 음량으로) 노래하라”는 뜻이다.

힘찬 연주가 나오다가 갑자기 작은 소리를 내면 어떤 분위기가 조성될까?

‘소토 보체’는 무조건 소리만 작게 내라는 뜻이 아니다. 단지 소리만 작게 내라는 의도였다면 그냥 ‘피아니시모(pp)’로 표기하면 된다. ‘소토 보체’는 작은 소리를 내되 강력한 에너지와 긴장감을 쏟아 넣으라는 작곡가의 당부이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가 있을 때 ‘속삭이듯’ 말 하는 분위기를 연상해 보면 ‘소토 보체’가 어떤 느낌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생활 속에도 ‘소토 보체’가 흔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이를 야단칠 때 점점 큰 소리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갑자기 아주 작은 목소리로 훈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매우 대단한 응집력과 강조의 힘이 느껴진다.

 

‘소토 보체’가 쓰인 대표적인 예는 단연 ‘모차르트(W. A. Mozart)’의 ‘Ave verum corpus’다. 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기’에 많이 부르는 이 곡은 처음부터 ‘sotto voce’로 시작한다. (아래 악보 참조)

 

작지만 응집력 있고, 호소력 있는 이 곡의 ‘소토 보체’는 듣는 이로 하여금 빨려 들어갈 듯한 초집중력을 갖게 만든다. 그래서 모차르트다.

https://youtu.be/t486sKLNgtQ?list=TLPQMTAwOTIwMjCNVemJjBAfpg (Ave verum corpus)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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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곡이 여타 곡들의 ‘소토 보체’와 다른 점은 ‘힘찬 연주’가 나오다가 갑자기 작아지는 것도 아니고, ‘힘찬 연주’ 직전에 분위기를 몰아가는 부분도 아니며, 시종일관 비교적 작은 소리로 연주하는 곡이라는 것이다. 

곡의 마무리 부분에 쓰인 ‘메조 포르테(mf)’ 정도가 이 곡에서 그나마 음량이 가장 강한 부분이다. 곡 전반에 걸쳐 ‘작지만 강력한 응집력과 호소력’을 표현하는 모차르트의 걸작이다.

 

‘소토 보체’는 성악곡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악곡에도 수많은 ‘소토 보체’가 있다. 특히 쇼팽은 그의 피아노곡에서 깊은 호소력을 표현하고자 할 때 ‘소토 보체’를 많이 사용했다.

https://youtu.be/pCx5g4FnAXU (쇼팽 빗방울 전주곡)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링크된 유튜브 동영상은 쇼팽의 프렐류드 op. 28의 15번으로 ‘빗방울 전주곡’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곡 초반 서정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인 이 곡은 첫 부분이 마무리된 후 격정적인 크레센도 부분을 시작하기 전, 조용히 낙하하는 빗방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바로 이 때 ‘소토 보체(sotto voce)’가 등장한다. (아래 악보 캡쳐본 참조)

인용된 악보 맨 오른쪽 하단에 등장하는 ‘크레센도(cresc.)’는 이후 곡의 향방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암시해 준다.

‘절제된 긴장감…’
만일 누가 나에게 “빗방울 전주곡의 둘째 부분 서두에 나온 ‘소토 보체’를 한마디로 표현하라” 하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소토보체’란 바로 이런 분위기에 사용되는 것이다.

작은 소리로 연주하되 최대한 집중력 있고 호소력 있는 ‘작지만 강한 소리’…
이것이 바로 ‘소토 보체’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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