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에게 추석이란 무엇인가
[기고]우리에게 추석이란 무엇인가
  • 한선학
  • 승인 2020.09.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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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관장]
△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관장]

추석이란 말이 가슴을 뛰게 하던 때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서울에서 공부하던 나는 추석이나 설날 집에 갈 때마다,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포근함이 보름달처럼, 내 가슴을 안정되게 하였던 적도 있었다. 사찰과 박물관을 운영하는 어른이 돼서부터는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분들을 대신해서 제사를 지내주거나, 고향을 방문한 사람들과 추석 연휴기간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박물관을 열고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어, 추석이 휴식이 아니라 나에게는 일하는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추석이 되면 명절맞이로 지친 며느리들의 이야기가 방영되면서, 가족 간의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언론을 통해 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추석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방역당국에서는 요구하고 있다. 명절은 사회 구성원들의 유대를 이어주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제는 가족 간의 해체의 중심이기도 하며, 우리의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하는 정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러한 때에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으로까지 추석 명절을 외면하게 하고 있어, 앞으로 다가올 내일을 살아갈 미래세대들의 공동체 의식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동안 코로나로 미루어져 있던 한국박물관교육학회의 국제학술세미나가 발표자와 토론자 중심으로 비대면으로 며칠 전에 서울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이후의 박물관 교육의 방향에 대한 집중된 발표와 토론이었다. 발표의 중심은 앞으로 박물관이 현장 중심의 전시와 교육이 아니라 비대면이 늘어난 온라인 중심의 전시와 교육으로 전환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우세하였다. 회장을 맡고 있는 제가 마지막 폐회사로 한 말이 다시금 기억이 난다. “지금 발표자들 중에 제가 가장 연장자라 저는 앞으로 살날이 많지 않아 걱정이 덜 되지만, 앞으로 박물관을 맡아갈 후배들의 앞날이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근본으로 돌아가라고 했듯이, 박물관과 박물관 교육의 근본은 유물에 있습니다. 현장에 유물이 없는 온라인으로 접하는 전시나 교육은 보조 수단은 될 수 있지만, 박물관 교육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는 분명 세상을 바꾸는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우리가 근본을 잃지 않는다면, 분명히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근본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박물관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과 같이 

미래세대에 한국에 태어나는 후세들도 우리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근본을 잃지 않는 한국인으로 살아가야 할 뿐 아니라 세계 속에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다. 우리 선조들이 추석을 맞이하고 설날을 기다리며 가족 간의 유대와 정체성을 다지고 한국인으로 살아갔듯이, 우리 미래세대들도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도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고유의 명절을 통해 가족 간의 유대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다시 한번 다지며 세계 속에 우뚝 서는 자랑스러운 대 한국인으로 살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5월 유네스코에서 “위기의 시대에 그 어느 때 보다 문화예술은 더욱 필요하다”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문화예술은 반드시 계속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듯이 우리 인간에게는 고유의 명절이 있어야 하며, 명절을 통해 가족 간의 유대는 계속되어야 하고, 가족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민족 고유의 정체성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고향을 못 찾는 이번 추석에도, 그리고 휴가 떠난 추석 여행지에서도 어머니 품 같은 보름달을 보면서 나와 가족 간의 인연을 살펴보고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찾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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