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휑뎅그렁한 혁신도시 회전교차로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원주시, 휑뎅그렁한 혁신도시 회전교차로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 심규정 기자
  • 승인 2020.10.11 2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 흔한 나무도 볼 수 없는 건강로·양지로 회전교차로.띠녹지
시의회 “나무 식재하면 시야 방해 사고 우려… 조형물 설치 예산 낭비”지적
시 “전문기관 자문받아 설치...회전교차로 설치 우수 자치단체 선정” 의아
전문가 “키 작은 관목, 계절 꽃 식재로 도시미관 고려해야” 지적
△양지로 치악지구대 앞 회전교차로 모습.
△양지로 치악지구대 앞 회전교차로 모습.

강원도 랜드마크로 불리는 강원혁신도시. 마천루같이 쭉쭉 뻗은 건물, 시원스레 뚫린 도로, 얼핏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옥에 티가 있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은다. 바로 회전교차로와 회전교차로와 연결된 띠 녹지 때문. 현재 혁신도시에는 모두 10곳의 회전교차로가 설치돼 있다. 신호에 구애받지 않고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해서 교통사고를 줄이고 도시미관을 위해서다.

그런데 건강로 건강보험공단 앞, 양지로 치악지구대 앞, 삼보사거리, 양지뜰삼거리 회전교차로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회전 교차로에 교통안내 표지판만 설치돼 있을 뿐 휑하니 비어있는 모습이다. 회전 교차로와 연결된 띠녹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나무, 꽃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회사원 최모씨(46·힐데스하임아파트)는 “설치된 지 상당히 오래됐는데, 나무 식재는 하세월이다”며 “회전교차로와 인근이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까운 예산을 투입해 설치해 놓고 방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들이 자주 들린다.

원주시가 회전교차로를 꾸미지 못하는 것은 시의원들이 나무 식재와 조형물 설치에 쌍수를 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원주시의회 회의록을 되짚어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곽문근 의원은 지난 2018년 12월 5일 열린 제206회 제3차 산업경제위원회에서 “회전교차로의 교통섬 안에 관목을 심게 되면 관리를 위해 조경업체를 선정해야 되고, 물론 다른 사업하고 묶어서 하겠지만, 그런 것들이 생길 수 있지 않냐”며 “운전자들의 시야를 훼손시킨다든가 집중력을 흐트러 놓을 수 있는데 굳이 꽃을 심는다든가, 나무를 심어서 안 써도 될 예산을 쓰는 것은 저는 좀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잔디만 심어놓으면 도심지가 전부 아스팔트이고 콘크리트인데, 도시가 삭막해진다”고 답변했다.

회전교차로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도 의원들은 강하게 반대했다. 장영덕 의원은 지난해 5월 15일 제210회 제2차 산업경제위원회에서 “한 군데 당 예산이 3,000만 원이다. 과연 이 조형물 제작을 해서 회전교차로 내에 설치하는 것이 옳은 예산집행일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있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곽문근 위원장도 “순간적으로 조형물을 바라보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답변에 나선 원주시 관계자는 “도로교통공단에 기술검토를 받아 추진했다”며 “높이 2.5m, 폭 1.6m 정도 이내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크게 시거 확보라든가 그런 데에 큰 지장이나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저희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병선 의원도 지난해 5월 21일 열린 제210회 제3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나무 식재, 조형물 설치에 반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곽문근 위원장은 지난해 6월 13일 제3차 산업경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회전교차로에 나무가 없어) 밋밋하다면 우리 무릎 이하의 관목 정로로 마치셨으면 좋겠다. 교통 흐름을 원할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홍보나 안전, 그러한 표어라든가 이런 것들은 무관하겠지만, 나머지는 줄여줬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강한 반대 입장에서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했지만, 공무원들은 곽 의원의 발언횟수가 가장 많았다는 점에서 이를 곧이 곧대로 보지 않는 것 같다.

△반곡관설동 삼보사거리, 양지뜰삼거리 띠녹지가 휑한 모습이다.
△반곡관설동 삼보사거리, 양지뜰삼거리 띠녹지가 휑한 모습이다.

이처럼 예산 심사권을 쥐고 있는 의원들이 적극 반대 목소리를 내자, 원주시는 회전교차로 나무 식재, 조형물 설치에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의원들의 주장은 일견 맞지만, 근시안적 접근법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주시는 지난 2010년부터 시내 34곳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했다. 회전교차로 1곳당 평균 2억 원이 투입된다. 시는 지난해 말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회전교차로 조성사업 최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됐다. 이 평가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지역 대학교의 한 조경학과 교수는 “회전교차로에 큰 나무를 설치하면 운전자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심미성, 시인성 확보 차원에서 교목은 아니더라도 관목이나 계절 꽃을 심어 아기자기하게 가꿀 수도 있는데 시의원들이 이 점을 간과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회전교차로를 통과하는 차량운전자 중심적 시각보다 보행자나 시민 전체 입장에서 도시미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