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37) 악성(樂聖) 베토벤 (6) 운명교향곡 (上)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37) 악성(樂聖) 베토벤 (6) 운명교향곡 (上)
  • 최왕국
  • 승인 2021.03.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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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작품성과 예술성, 대중성 등 모든 것을 다 고려해서, ‘베토벤’ 하면 딱 떠오르는 작품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 <운명교향곡>을 꼽을 것이다.

사실 베토벤의 작품 중 대중성으로 말하자면 <엘리제를 위하여>가 가장 유명하지만, 의외로 이 작품이 베토벤의 것인지 모르는 분들도 꽤 많다. 또한 예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필자의 소견으로는 베토벤 후기 실내악 작품들이 가장 뛰어나지만 대중들에게 그다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편은 아니다.

또한 작품성과 철학적인 면에서 볼 때 <영웅교향곡>과 <합창교향곡>을, 음악사적인 가치로 볼 때 <전원교향곡>을 꼽을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볼 때 <운명교향곡>이야말로 베토벤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겠다.

운명교향곡은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쓴 후, 2년 뒤인 1804년에 최초 모티브를 잡아서 1808년에 완성된 곡으로, 같은 해 12월 빈(Vienna)에서 초연되었으며, 이 곡의 공식 명칭은 ‘교향곡 5번 C장조 Op.67’이다. 공식 명칭에는 ‘운명’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 않다.

이 곡에 ‘운명’이라는 제목이 붙게 된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베토벤의 측근이자 <베토벤 전기>의 저자인 ‘안톤 쉰들러(Anton Schindler)’가 쓴 글이다.

“Den Schlüssel zu diesen Tiefen gab dessen Schöpfer selber, als er eines Tages mit dem Verfasser über die demselben zu Grunde liegende Idee sprach, mit den Worten: So pocht das Schicksal an die Pforte, indem er auf den Anfang des ersten Satzes hinwies.”
간단하게 번역하자면 다음과 같다.
하루는 베토벤이 (쉰들러에게) 1악장의 첫머리를 가리키며 이 곡의 악상에 대해 말했다.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

이러한 이야기 때문에 동양권을 중심으로 ‘운명’이라는 부제가 붙게 되었고, 서양에서도 이 부제를 가끔 쓰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는 쉰들러 자신이 지어낸 것일 수도 있음을 밝혀 둔다. 쉰들러는 베토벤과 관련된 에피소드들 과장·미화하거나 아예 이야기를 지어내는 경우도 많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편 독일의 음악사학자 ‘Paul Bekker’는 운명교향곡의 각 악장마다 별칭을 만들어 붙이기도 하였다.

1악장 : 투쟁 (Struggle)
2악장 : 희망 (Hope)
3악장 : 의심 (Doubt) 
4악장 : 승리 (Victory)

필자는 ‘운명’이라는 부제보다도, 이 악장별 별칭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처음 <악장별 별칭>에 대한 내용을 들었을 때 다른 건 다 수긍이 갔지만, 3악장의 별칭인 ‘의심’은 다소 의아했었다. 그러나 세상만사 어찌 ‘반전’이라는 것이 없겠는가? 3악장 즈음에는 그동안의 투쟁과 그것으로 인하여 생겨난 희망의 끈이 흔들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제를 생각하면서 각 악장을 들으면 이 곡의 분위기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질 것 같다.

한편 교향곡 5번의 부제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로 “베토벤의 산책로에서 지저귀던 노랑촉새의 노랫소리” 설도 있는데, 그것은 자꾸만 베토벤에게 귀찮게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아무 의미 없이 내뱉은 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운명교향곡은 최초로 교향곡에 피콜로와 콘트라바순 등이 들어갔다는 음악사적인 의미가 있는 곡이기도 하다. 사실 피콜로와 콘트라바순은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은 악기들이었지만, 낭만파 이후 3관 편성의 정규 멤버로 등록된다. 또한 베토벤은 종전과는 달리, 이 곡 4악장에 트롬본을 추가함으로써 더욱 웅장한 금관악기 사운드를 구사하게 되었다.

https://youtu.be/6fsDkAa9VtM?t=45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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