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40) 악성(樂聖) 베토벤 (9) 월광 소나타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40) 악성(樂聖) 베토벤 (9) 월광 소나타
  • 최왕국
  • 승인 2021.05.0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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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등 고전파 시대 작곡가들의 절대음악 작품들(교향곡, 협주곡, 피아노소나타 등)에는 원칙적으로 부제가 없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연으로 인하여 ‘별칭(부제)’이 붙어 있는 곡들이 있는데, 이러한 곡들에 대하여 대중들은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다. 곡의 부제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작곡자가 직접 붙인 건지, 아니면 기자나 평론가들이 붙인 건지…
이러한 호기심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약방의 감초처럼 깨알 같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오늘 감상하실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14번 ‘월광(Piano Sonata Op.27 No.2 ‘Moonlight’)’은 ‘비창(8번)’, ‘열정(23번)’과 함께 베토벤의 3대 피아노소나타로 꼽히는 작품이며, 부제에 관한 이야기로 인구에 회자되는 곡들 중 하나다. 이 곡은 베토벤이 30세 때 쓴 것으로, 줄리에타에게 헌정되었는데, 그녀는 베토벤의 애제자였으며 14살 연하였다. 

음악가들의 러브스토리들은 신빙성 없는 뒷방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필자는 웬만하면 음악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려는 방침을 견지해 왔지만, 오늘 감상하실 ‘월광 소나타’는 사랑 이야기를 빼놓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연이 있기에, 베토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살짝 풀어 보려 한다.

베토벤은 어린 제자 줄리에타에게 강한 연정을 느꼈다. 그러나 나이로 보나 신분으로 보나 애초에 베토벤은 줄리에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줄리에타는 귀차르디 백작의 딸로 신분제 사회의 구습이 짙게 배어 있던 당시 엄청난 귀족 집안의 자제였던 것…

베토벤은 그의 친구 ‘베겔러’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를 사랑하고 있어. 나도 그녀를 사랑하지만 불행히도 조건이 맞지 않는다네”

여기서 ‘아름다운 아가씨’란 당연히 ‘줄리에타’를 말함인데, 그렇다면 베토벤의 주장대로 정말 그녀도 베토벤을 사랑했을까? 그 답은 줄리에타가 그녀의 고종사촌 언니인 ‘테레제’에게 보낸 편지에 나온다.

“갈렌베르크 공과 파혼하고 못생긴 베토벤과 결혼하고 싶어… (중략) 단, 나의 신분이 낮아지지 않는다면…”

두 사람은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열렬히 사랑했지만, 신분과 나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줄리에타의 아버지인 귀차르디 백작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깨지고 만다. 줄리에타도 베토벤을 열렬히 사랑했지만, 신분의 변화까지도 감수할 정도의 지독한 사랑은 아니었던 것일까?

월광 소나타는 베토벤의 다른 피아노소나타들과는 달리, 느린 템포의 1악장으로 시작한다. 소나타 형식도 아니다. 베토벤은 자신의 열정적인 사랑을 표현하기 위하여 기존 소나타의 구성을 무시하고, 자유롭고 실험적인 곡을 쓰게 된다. 형식은 그릇이고 음악은 내용물이다. 그에게는 형식 보다는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감성이 더욱 중요한 것이었으리라.

애초에 베토벤은 이 작품에 대하여 ‘환상풍의 소나타’라고 했지만, 베토벤 사후에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루드비히 렐쉬타프’는 이 곡 1악장에 대하여 “스위스 루체른 호수의 달빛이 물결에 흔들리는 조각배와 같다”고 말했고, 그로 인하여 이 곡의 부제가 ‘월광(月光)’으로 불려지게 되었다. 

C#단조의 느린 3연음부가 흐르며, 그 위로 ‘G#’음의 반복이 멜로디를 주도한다. 시인 ‘렐쉬타프’는 바로 이 음형을 가리켜 ‘달빛’이란 표현을 했던 것 같다. 인간의 언어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애달픈 감성이 1악장 내내 잔잔하게 흐른다.

1악장이 끝나면 활기찬 2악장이 나오고, 곧이어 활화산 같은 폭발력의 3악장이 시작된다.

베토벤은 “3악장을 제대로 연주한다면 모든 현이 끊어져 버리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분출되는 곡이다. 여담이지만 필자도 작곡과 입시 지도를 할 때, 체격이 좋은 학생이 아니면 절대로 이 곡 3악장을 입시곡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슬픈 사랑 이야기… 
그러나 베토벤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은 <월광 소나타>라는 불후의 명곡으로 다시 태어나 오늘도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여기서 대반전…
원래 다른 사람에게 헌정하려고 작곡했던 것을 급선회하여 ‘줄리에타’에게 헌정했다는 사실을 공개한다면 지나친 ‘동심파괴’일까?

오늘 소개할 영상은 최고의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연주한 베토벤의 월광소나타입니다.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오늘 소개할 영상은 최고의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연주한 베토벤의 월광소나타입니다.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https://youtu.be/fexLfIqpo8M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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