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41) 악성(樂聖) 베토벤 (10) 열정 소나타(上)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41) 악성(樂聖) 베토벤 (10) 열정 소나타(上)
  • 최왕국
  • 승인 2021.05.23 2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베토벤은 다양한 형식과 화성, 음악적인 아이디어 등 독자적이고 실험적인 작곡기법들을 피아노소나타에 적용하여 본 후, 현악4중주 등 실내악곡이나 교향곡에서 활용하곤 하였다. 이것이 바로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를 ‘음악의 신약성경’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피아노소나타가 중요한 이유다.

베토벤 피아노소나타를 시기별로 분류하자면, 보통은 ‘초기-중기-후기’의 세 시기로 나누는 견해가 많지만, ‘1기~5기’의 다섯 시기로 구분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런데 세 시기로 분류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곡들의 배치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딱 잘라서 몇 번까지가 초기 작품이고, 어느 작품부터 중기 작품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부분의 학자들이 마지막 5곡을 후기 작품으로 분류하는 경향은 있다.

그러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는 출판번호(Op.)와 피아노소나타 고유번호, 그리고 작곡된 연도순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꼭 누구의 분류만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피아노소나타 19번과 20번은 Op.49에 해당되지만 작곡연도는 4번과 5번의 사이에 해당되며, 20번이 19번보다 먼저 작곡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 소개할 베토벤의 작품은 피아노소나타 23번 열정(熱情, piano sonata Op.27 ‘appassionata’)이다. 이 곡은 8번 ‘비창(Pathétique)’, 14번 ‘월광(Moonlight)’과 함께 베토벤의 3대 피아노소나타로 꼽히는 작품이다.

베토벤이 쓴 편지글에 의하면 그는 이 곡을 자신의 소나타 중 최고의 걸작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필자의 생각 또한 그렇다). 이 곡은 교향곡 5번 ‘운명’처럼 음악을 통하여 인간의 감정을 격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서 표현양식(형식)과 감성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수작(秀作)이다.

이 곡은 베토벤에게 큰 힘이 되어 주던 ‘부룬스빅(Brunswick)’ 백작에게 헌정되었는데, 백작에게는 테레제(언니)와 조세피네(동생)라는 두 여자 형제가 있었고, 이들은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우는 제자였다. 베토벤은 이들을 사랑하였는데, 이 곡을 누구에게 헌정할까 선택장애에 시달리다 결국 백작에게 헌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 곡의 1악장과 3악장은 조세피네의 관능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베토벤의 내면적 갈등을 묘사했고, 2악장은 테레제의 고상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조세피네는 베토벤과 결혼을 약속할 정도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던 관계였으며, 테레제는 베토벤의 명곡 ‘엘리제를 위하여’의 주인공이라는 유력한 설이 있다.

<1악장 F단조 Allegro Assai, 소나타 형식>
이 곡의 1악장은 필자의 대학원 입시곡으로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첫 부분 제1주제에 나오는 ‘두 옥타브 병행(unison)의 아르페지오’이다.

베토벤은 하필이면 왜 이 곳에 두 옥타브의 병행을 썼을까?
만일 아래 성부를 기준으로 1 oct. unison을 썼다면 묵직한 사운드는 낼 수 있으나, 매우 지저분한 음향을 선보였을 것이고, 윗 성부를 기준으로 1 oct. 아래로 unison을 사용했다면 가볍고 경망스러운 사운드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베토벤은 두 옥타브 병행을 사용함으로서 ‘묵직하면서도 깊은 울림’은 물론, ‘맑고 선명한 사운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베토벤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곧 이어 나오는 제2주제는 관계장조인 Ab 장조로 전조되어 나온다. 보통 기존의 소나타 형식에서 제1주제는 주로 으뜸화음의 분산화음형을 기반으로, 도약진행 위주의 힘차고 리드미컬한 분위기를 보인다면, 제2주제는 순차진행을 기반으로 하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많다. 제1주제와 제2주제를 대조시켜 다양성을 꾀하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곡에서는 제2주제도 도약진행 위주로 나온다. 게다가 리듬도 제1주제와 흡사하다. 그러면서도 베토벤은 신기하게도 제2주제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천재 인정!!

1악장에 등장하는 리듬적인 특징들도 기존의 소나타형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법의 면모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https://youtu.be/0kiAQflFRJs (클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