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권덕하 作 / 민달팽이 집
[시가 있는 아침]권덕하 作 / 민달팽이 집
  • 임영석
  • 승인 2021.05.23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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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집

권덕하

 

비는 그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바람은 그저 부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눈물은 그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비가 돌아오는 곳에서

바람이 돌아오는 곳에서

눈물이 돌아오는 곳에서

그리움이 불 밝힌 방으로

비바람 눈물에 부푼 가슴우리로

돌아오는 것을 맞이하면서

제 스스로 집이 되어

민달팽이처럼 서 있는 사람아

권덕하 시집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 〈실천문학사〉에서

권덕하 시인의 「민달팽이 집」을 읽으면서 비, 바람, 눈, 눈물, 그리움, 사랑, 아픔, 향기, 이런 감성과 감촉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얼마나 방황을 했으며 얼마나 애가 탔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면 비의 집은 어디일까, 향기의 집은 어디에 있을까, 눈물의 집은 어디일까라는 고민이 생긴다. 민달팽이는 스스로 제 몸을 보호하지 못한다. 제 삶의 걸음이 스스로를 보호할 뿐이다. 세상 그러고 보면 참 험하고 지독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돌처럼 단단한 것이 삶의 끈이고 삶의 허울들이다. 끈이 되었건, 허울이 되었건 모두 안과 밖의 모습이다. 우리들 삶 어디에도 목숨을 튼튼히 지켜내는 껍질은 없다. 사람 삶의 목숨도 민달팽이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삶의 시간이 길고 짧은 이유가 모두 있을 것이다. 그것이 모두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용돌이치는 모든 갈등들, 모든 부딪침이 우리 몸을 보호하려는 민달팽이 몸짓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아픔 많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런 삶의 길을 걷는 민달팽이 같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이라 여기니 우리가 빗물이고, 바람이고, 눈물이었다. 그 모습 권덕하 시인의 민달팽이를 통해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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