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정원作 / 비
[시가 있는 아침] 김정원作 / 비
  • 임영석
  • 승인 2021.05.30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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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수직은

곧장 수평이 된다

수평은 동무가 참 많다

 

김정원 시집 『아득한 집』, 《푸른사상》에서

수직과 수평은 바라보는 각도의 문제다. 그 수직과 수평을 가장 조화롭게 이용하는 것이 분수가 아닐까 한다. 비는 하늘에서 내려주기 때문에 사람의 뜻과는 다르다. 김정원 시인의 시 「비」를 읽으며 동무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 본다. 어려서 함께 자라고 늘 친하고 어울렸던 사이이다. 비는 하늘에서 뛰어내려 생사고락을 함께 하고 땅에 떨어져서 함께 흘러가고 바다에 이르러 수평의 무궁한 꿈을 보여준다. 한두 방울의 빗물로는 이루지 못한다. 수많은 빗방울이 모여야 한 줌의 물이 되고, 그 물이 모이고 모여 세상을 바꾸어내는 힘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의 세상이나 자연의 모습이나 별반 큰 차이가 없다. 풍랑과 폭풍을 몰고 오는 거친 바람 속에서도 빗방울이 모여 움직인다. 작든 크든 그 힘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직으로 떨어져 곧장 수평이 되는 빗물, 그 빗방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넓고 푸른 바다를 이룬다.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물이 이루고 있는 세상을 다다를 수 없다. 모두 그 뜻이 바르기 때문이리라. 마음을 적시는 것은 긴 문장이 아니라 빗방울 같은 단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김정원 시인의 비를 읽으며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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