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개념미술은 왜 이럴까?
[기고]개념미술은 왜 이럴까?
  • 이주은
  • 승인 2021.06.20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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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미니멀아트, 개념미술,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 하이퍼 리얼리즘… 현대미술은 용어도 복잡하고 때로 작품은 볼썽사납기도 하다. 휴일에 모처럼 마음먹고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했는데 그 곳에서 마주한 작품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아는 만큼 보이고 감상할 수 있는 현대미술, 그 중 한 사조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가수 조영남 씨의 대작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 평론가 진중권 씨는 조영남의 작품을 개념미술(槪念美術 conceptual art)이라 칭한 바 있다. 작가의 아이디어나 작품의 제작과정 자체 등 작품 속에 작가의 개념이 투영된 것이라면 개념미술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처음 개념미술이란 말은 1960년 후반 미국의 평론가 존 펠로(John Fellow)가 개념미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개념미술은 고전적인 회화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기호, 숫자, 신문기사, 책, 작가의 아이디어가 담긴 사진 등도 그 자체로 예술로 인정된다. 의자 옆에 의자 사진을 붙여놓고 의자를 설명하고 네온사인으로 작가의 사회적 의견을 개진하는 작품 앞에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 관람객은 미술관에서 ‘이게 무슨 예술이야?’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미술작품에는 형식과 내용의 두 요소가 있고, 극단적으로 내용에 치중한 사조가 개념미술이기 때문에 표현 형식은 오히려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낙서로 시작하여 사진, 비디오까지 형식의 영역을 넓힌 개념미술은 순수미술로 인정되지 않았던 사진예술도 적극적으로 순수미술의 세계로 편입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많은 미술 사조 중 특히 블랙코미디 같은 유머 요소가 많은 개념미술 사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에 있다. 

20세기 이후 미술사에서는 유럽의 경우 합리주의에 근거한 사회적 경향으로 근대 예술의 아름다움이 부정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현대미술의 대 전환을 가져온 1917년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 ~ 1968, 프랑스)의 남성 변기작품 ‘샘(Fountain)’으로부터 작품 속 개념이 작품 그 자체보다 더 강조되어 개념미술이 시작됐다. 애초부터 ‘샘’이란 변기 작품은 전시에 출품되었으나 전시되지 못했고 사진으로만 작품의 존재가 역사 속에 살아있다.

유학할 때 학기마다 수업에서 진행했던 작품을 발표하고 교수 평가를 받을 때 ‘왜 이 작품을 했느냐?’ 가 중요한 질문이었다. 대체 왜? 이 정도면 예쁜데 대체 왜냐고? 작품을 제작한 의도에 따라 재료와 표현 방식 등이 달라져야 하고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작가의 의도와 철학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현대미술을 감상할 때 직관적으로 느끼는 작품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작가의 의도와 철학을 이해해야 현대미술은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현대미술의 어려움이 해석의 즐거움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특히 개념미술이 더 그러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시장 입구에 있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챙겨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입구를 그냥 지나쳤다면, 그 날의 작품은 그저 이상한 기호와 이미지가 난무하는 재료의 조합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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