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44) 악성(樂聖) 베토벤 (13) 바이올린 소나타 (下)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44) 악성(樂聖) 베토벤 (13) 바이올린 소나타 (下)
  • 최왕국
  • 승인 2021.07.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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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요즘에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2중주곡을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하지만, 고전파 초기에는 ‘Sonate für Piano forte und Violine’ 등 바이올린 보다는 피아노가 주인공이라는 뜻으로 명명하였다.

베토벤의 어떤 사본 표지에는 ‘Sonate pour Piano forte avec un Violon’이라고 쓰여 있는데, ‘피아노(Piano forte)’는 대문짝만하게, ‘Violon’은 아주 작게 쓰여 있다. 제목만 봐서는 바이올린은 거의 ‘데스칸트(Descant)’ 성부 수준으로 보인다.

이렇게 피아노가 주연, 바이올린은 조연으로 인식되었던 것은 고전파 초기 바이올린 소나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구체적인 예로 모차르트의 어떤 바이올린 소나타 표지에는 ‘Sonata per il Piano-forte ed uu Violino obligato’라고 적혀 있다. ‘바이올린 오브리가토가 첨부된 피아노 소나타’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나 베토벤은 바이올린 소나타 <두 번째 시기>로 분류되는 4번과 5번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2중주’ 개념을 도입하게 되는데, 이것은 매우 진일보한 양식이다. 오늘 소개할 9번 ‘크로이첼’도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완벽한 2중주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위에서 언급한 ‘Sonate pour Piano forte avec un Violon’이라는 제목은 바이올린 소나타 5번 ‘Spring’ 표지에 쓰인 것이다. 전통과 혁신의 과도기적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바이올린 소나타 세 번째 시기>
사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10개를 네 개의 시기로 나눈다는 건 그다지 큰 의미는 없다. 10개 중 9개가 베토벤 초기에 작곡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에도 작곡 양식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셋 혹은 네 개의 시기로 나누는 것도 나름 의미는 있다.

세 번째 시기에 해당되는 6번~8번까지의 작품은 OP.30으로 묶여서 출판되었으며, ‘멜로디와 반주’라는 기존 개념을 벗어나 새로운 구조를 모색한 시기였다. 사실 연도수로 보나, 새로운 기법을 모색했던 점으로 보나, 두 번째 시기와 세 번째 시기는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두 시기를 하나의 기간으로 묶을 수도 있다.

<바이올린 소나타 네 번째 시기>
네 번째 시기에 베토벤의 불후의 명작 ‘크로이첼(1803 완성)’이 작곡되었으며, 당대 유명한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크로이첼’에게 헌정되었는데, 정작 당사자는 이 곡이 맘에 안들었는지 공식적으로는 이 곡을 한 번도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크로이첼의 안목이 없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베토벤이 시대를 너무 앞서 갔던 것일까?

10번은 9번 ‘크로이첼’ 이후 9년 뒤에 작곡되었다. 같은 시기로 묶기에는 세월의 간극이 크지만, 작곡 양식의 변화로 분류하자면 그것이 타당하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단순히 작곡 연도로만 분류하여 1번부터 9번까지를 ‘초기 작품’, 그리고 10번을 ‘중기 작품’이라 하기도 한다.

베토벤은 이 곡의 악보에 다음과 같은 해설을 적었다.

‘거의 협주곡 스타일에 가깝게 작곡된, 바이올린 오브리가토에 의한 피아노 소나타’

해설 전반부는 베토벤 특유의 개성을, 후반부는 ‘피아노 소나타에 바이올린이 합세한 곡’이라는 고전파 초기의 개념이 뒤섞여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1악장 서주 부분은 마치 카덴짜를 연상케 하는 바이올린 솔로로 시작되며,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서로 경쟁하듯 주거니 받거니 하는 연주를 하다가 힘찬 협연으로 끝난다.

아름다운 노래처럼 감미로운 선율이 제시된 후 그 주제를 4개의 변주곡으로 전개하는 2악장을 거쳐 매우 빠른(Presto) 소나타 형식의 3악장이 이어진다.

이 곡의 형식을 정리하자면, 서주가 있는 1악장과 매우 빠른 템포의 3악장은 소나타형식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시작되는 2악장은 ‘주제와 변주’ 형식이다. 링크된 유튜브 영상에는 1악장만 있지만, 여유가 되면 전악장 모두 연주된 영상을 보시기 바란다.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https://youtu.be/RCCcYnwUAwM (1악장)

https://youtu.be/jYsldfKm0Pw (전악장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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