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선 태종이 걷던 치악산 수레너미길
[기고]조선 태종이 걷던 치악산 수레너미길
  • 김대중
  • 승인 2021.07.11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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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언론인)
△김대중 (언론인)

치악산은 영산(靈山)이다. 신령스런 산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오악(五嶽)중 동악(東嶽)이다. 중국에선 오악(五嶽) 중에 태산이 동악(東嶽)이다. 태산이 높아서가 아니라 중국인들이 신성시하기 때문이다.

치악산이 동악(東嶽)이 된 이유를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태종대왕은 치악산에 내실별감을 직접 보내서 산신제를 올렸다. 그의 아들 세종대왕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제물을 보내 산신제를 올리게 했다. 서악은 송악산, 남악은 관악산, 북악은 감악산, 중악은 백악산(괴산)이다.

그 치악산에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이 2개가 있다. 첫째가 황장목(黃腸木) 숲길이고 둘째가 수레너미 길이다. 모두 치악산 구룡사 방면에 있다. 수레너미 길은 스토리의 보고(寶庫)다. 무엇보다도 태종대왕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에 이름도 수레너미 길이 됐다.

아버지인 태조 이성계를 도와 망해가는 고려를 엎어버리고 조선을 세운 태종 이방원은 실질적으로 조선을 세운 왕이다. 국가로서의 기반과 뼈대를 다 만들었다.

태종대왕의 치악산 인연과 사랑은 각별했다. 13세의 어린시절 글공부를 한 각림사(覺林寺)와의 인연 때문이다. 각림사는 횡성 강림면소재지에 있던 사찰이다. 여기서 과거 공부와 세상에 대한 철학, 자연의 이치를 공부하고 심신을 수련했다. 이때 운곡 선생을 만났다고 한다. 스승 운곡 선생과의 인연으로 전해 오는 스토리는 다 아는 내용이라 여기선 생략한다.

이렇게 공부해서 15세에 진사 시험에 합격했고 16세에 문과에 급제했다. 조선 27명의 왕 중에 유일한 과거 출신이다. 그리고 아버지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하고 3대 왕이 됐다.

그의 위대한 업적중 하나인 셋째 아들 충령대군을 왕으로 만들었다. 조선 27명의 왕 중에 살아서 왕위를 스스로 물려 준 유일한 왕이 됐다. 어린 세종을 뒤에서 도우며 사상 최고의 업적을 남기는 토대를 만들어줬다. 건국 초기에 왕권이 부실하면 100년도 못가서 나라는 망한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역사에서 왕권을 확실하게 잡지 못해 건국 초기에 망한 나라는 부지기수다. 태종대왕이 기세등등한 외척을 숙청하면서 꼼짝 못하게 한 이유다. 그가 국가 기반을 세우며 보여준 업적은 널렸다.

태종대왕은 왕위에 오른 후 치악산 각림사를 두 차례나 방문했고 왕위를 세종대왕에게 물려준 직후에도 또 한 차례 찾았다.

태종은 어렸을 적 각림사에서의 추억이 꿈에서도 종종 나타났다며 치악산과 각림사를 각별하게 생각했다.

각림사는 당시 유교 국가 조선에서 손꼽히는 거찰이 됐다. 스님이 150명이나 됐고 3백결의 땅을 갖고 있었다. 절의 중창에 철근과 목재 지원 등 태종대왕의 애정은 엄청났다. 조선왕조실록에 34차례나 나온다. 참고로 해인사는 60차례 나오고 월정사는 6차례에 불과하다. 각림사의 위상이 짐작이 간다.

태종대왕이 각림사를 찾을 때마다 이용했던 길이 치악산 수레너미 길이다. 수레를 타고 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옛 문헌에는 차유령(車踰嶺)으로 나온다. 수레너미 길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고갯마루 구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완만한 경사다. 온통 숲으로 덮였다. 황장목(黃腸木) 숲도 울창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나 걷기에 편하고 부담이 없다. 계곡이 고갯마루 구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함께한다. 물소리와 새소리에 명상하며 걷기에 더 없이 좋다. 마음으로 걷는 길이다.

치악산 옻칠기공예관과 구룡사쪽으로 진입하다 소초면 학곡1리 백교 직전 삼거리에서 직진해 마을 길로 들어서서 고불고불 농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수레너미 길 입구가 나온다. 곳곳에 안내판이 있어 찾기도 쉽다. 고갯마루까지 4km, 강림 태종대까지는 12km다. 작년에 치악산 둘레길 3코스로 포함시키면서 길을 정비해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수레너미 길을 걸으며 조선후기 정조대왕 급서(急逝)후 태종대왕 같은 분이 한 번 더 나왔더라면 아마도 일제의 치욕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란 부질없는 생각도 했다.

원주옻칠기공예관은 태종대왕이 남긴 영산(靈山) 치악산과 각림사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원주옻칠도 배우는 힐링 프로그램을 오는 9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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