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45) 악성(樂聖) 베토벤 (14) 불멸의 연인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45) 악성(樂聖) 베토벤 (14) 불멸의 연인
  • 최왕국
  • 승인 2021.07.1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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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에게’ 보내려고 썼던 편지에는 그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나의 천사, 나의 전부, 나 자신인 그대여” 

베토벤이 ‘나 자신’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소중히 여겼던 그 여인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수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이러한 의문과 관심은 가라앉지 않았고, 급기야 1995년에는 이 편지를 소재로 한 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영화 제목은 ‘Immortal Beloved’…

보통 ‘불멸의 연인’으로 추측되는 인물은 본 칼럼 140~142회에서 소개된 ‘줄리에타’와 ‘테레제’, ‘조세피네’, ‘안토니 브렌타노’ 중 하나로 압축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테레제’와 ‘안토니’를 지목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기존의 견해와는 전혀 다른 의외의 인물을 지목한다.

영화는 베토벤의(Ludwig van Beethoven) 죽음과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든 베토벤의 장례식…

그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베토벤의 삶은 끝났지만, 이제부터 베토벤의 전설이 시작된다는…

장례식이 끝나자 막냇동생인 요한(Nikolaus Johann van Beethoven)은 “나의 전재산을 동생 카스퍼와 요한에게 남긴다”는 형 루드비히(Ludwig van Beethoven)의 유서 내용을 근거로 상속을 받으려 했지만, 베토벤의 친구이자 비서격인 신들러는 최종 유서는 따로 있다고 하며 베토벤의 비밀 서랍에서 발견된 편지를 내미는데, 그 편지에는 전재산을 ‘불멸의 연인’에게 남긴다고 쓰여 있다.

베토벤의 마지막 유언을 집행하기 위해 신들러는 그 ‘불멸의 연인’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신들러는 베토벤과 그 여인이 만나기로 했다는 ‘칼스버드 호텔’을 시작으로 이곳저곳,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 헤매다 호텔 숙박부에 기재된 서명을 단서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베토벤의 옛 연인이자 베토벤의 동생 ‘카스퍼’의 아내인 ‘조안나’가 바로 그 ‘불멸의 연인’이었다는 것. (이 영화에 대한 아티클 중에는 카스퍼를 베토벤의 형이라고 지칭한 것도 있는데, 그것은 영어 ‘brother’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듯… 동생이 맞다.)

이 영화에서는 극적인 설정을 더하기 위하여 베토벤의 조카 카를을 베토벤의 숨겨진 친자로 설정했으며, 막장드라마의 단골 메뉴인 ‘엇갈린 시간’도 등장한다. 베토벤이 조안나와 밀회하기로 한 장소로 가던 도중 마차가 고장 나서 늦게 도착했고, 베토벤이 급하게 보낸 전보를 받지 못한 조안나는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여 베토벤의 동생 카스퍼에게로 돌아가고, 베토벤은 분노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실제 상황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베토벤(루드비히)의 동생 카스퍼는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형에게 아들 ‘카를’의 양육을 부탁했는데, 무슨 일인지 사망 직전에 ‘카를’의 친모인 ‘조안나’에게도 ‘공동 후견인’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게 된다. 결국 베토벤과 조안나는 지루한 법정 소송까지 가게 된다.

법정 다툼을 하게 되면 당연히 기록이 남게 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러한 기록들이 베토벤의 생애를 알아낼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또한 평소 베토벤은 약한 청력 때문에 수첩 메모로 대화를 했고, 편지와 일기도 많이 남겼는데, 이러한 것들이 베토벤을 연구하는데 요긴한 자료가 되고 있다.

베토벤측이 법정에 낸 자료에 의하면 조안나는 사치와 도벽이 있어서 사기, 횡령, 무고죄로 법원으로부터 실형까지 선고받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조안나에게 사랑하는 조카 ‘카를’의 양육을 절대로 맡길 수 없다는 것이 베토벤의 주장이었고, 재판은 결국 베토벤의 승소로 끝난다.

이러한 법정 기록으로 볼 때 영화의 스토리는 상당한 허구였음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영화일 뿐, 실존 인물과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만들어낸 픽션에 지나지 않는다.

조카 카를에 대한 베토벤의 집착은 유명한 이야기인데, 베토벤은 조카 카를도 자신처럼 훌륭한 음악가로 키워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지만, 음악적인 재능이 없던 카를은 혹독한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엇나가게 된다. 

한편 조안나의 계략으로 기존 법원의 판결이 기각되고 새로운 법정 싸움이 시작되는데, 나중에는 오스트리아 황제에게 청원까지 가는 엄청난 스토리가 전개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지면 관계상 생략하기로 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재판은 우여곡절을 거쳐 베토벤이 최종 승소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렇듯 영화와 실제 이야기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영화 자체는 꽤 탄탄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허준 등 우리나라 사극도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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