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화의 격을 높일 시립미술관
[기고]문화의 격을 높일 시립미술관
  • 이주은
  • 승인 2021.07.2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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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지난 2010년 3월 독일 도르트문트 Creativa 디자인 박람회 주빈국 전시 행사로 당시 김진희 상임이사님, 김은희 한지공예 작가와 출장을 떠났다. 공동 주최 기관인 독일 본(Bonn)여성미술관 관계자, 도르트문트 한인회, 프랑스에서 공부 중이었던 후배들의 도움으로 Paper Road에 한 걸음을 보탤 수 있었다. 한지가 현지인에게 주었던 잔잔한 감동을 뒤로 하고, 행사 후 문화시설 방문 일정이 시작됐다.

독일 에센의 졸페라인 탄광은 1847년에 설립되어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석탄 제조 시설을 갖춘 유렵 최대의 탄광이었다. 1980년대 들어 석탄 산업의 쇠락과 함께 졸페라인 탄광은 폐광되었고 탄광의 유구한 역사는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1997년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 : 영국 출신으로 하이테크 건축의 선봉자, 레이트 모더니즘(Late-Modernism) 계열 건축가)에 의해 탄광의 보일러 하우스를 레드닷 디자인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을 시작으로 외관은 탄광의 형태를 유지하고 내부 공간은 옛 탄광시설과 기계를 보존하고 전시하면서 새로운 디자인 요소로 강약을 살려 리모델링한 루르 박물관(Ruhr Museum)이 탄생됐다. 졸페라인 탄광은 역사성과 현대적인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된 공간으로 변신했고 200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쇠락해가는 도시에 하나의 상징적인 문화공간이 들어서면서 에센은 연간 25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관광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용광로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루르 박물관 계단 사진[사진=이주은 제공]
△용광로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루르 박물관 계단 사진[사진=이주은 제공]

독일 인접국가 스위스의 바젤에서 유서 깊은 종이박물관을 방문한 후 차로 30분 달려 어느 시골에 다다랐다. 그 곳은 비트라 캠퍼스(Vitra Campus)가 있는 바일 암 라인(Weil am Rhein)이었다. 세계적인 가구회사 비트라社의 생산 공장이 있었던 그 곳은 1981년 공장이 전소되자 공장을 재건축하는 대신 쇼룸, 회의실, 판매장, 회의실, 박물관이 산재한 복합문화공간 비트라 캠퍼스를 기획했다. 헤르조그 & 드 뫼롱(HdM), 프랭크 게리, 알바로 시자, 자하 하디드, 안도 다다오 등 현대 건축 거장들의 건물이 시간차를 두고 캠퍼스를 채웠다. 매력적인 공간으로 입소문을타면서 세계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88 서울 올림픽 당시 원주시에는 미술관, 박물관이 없어서 예술 고등학교 진학을 꿈꾸던 한 중학생은 EBS 월간 입시 문제집에 소개된 서양미술가 특집을 열심히 탐독하거나 극장을 기웃거릴 뿐이었다. 그 후 원주시에도 문화시설이 간간이 생기고 그 중학생이 지천명을 바라보는 2021년, 원주시 시립미술관 건립이 문화체육관광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시립미술관은 군사시설이었던 캠프롱 컨벤션 센터와 간부숙소를 리모델링하거나 증축을 하여 오는 2023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캠프롱 현장에 방문했던 지인들은 시립미술관 건립 예정 공간이 인근 숲과 잘 어우러져 있어 콘텐츠의 확장과 공간 쓰임이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창적인 문화가 한 국가를 세계에 알릴 수 있고 작은 미술관이 한 도시를 브랜딩 할 수 있다는 단순한 원리를 바탕으로, 앞으로 멋진 원주 시립미술관이 세워지고 운영되길 바란다. 미술관이 세워지는 이 시점에 나의 일터인 원주한지테마파크의 색과 포지셔닝을 더 단단히 하고자 마음먹어 본다. 일 속에서의 긴장은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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