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47) 악성(樂聖) 베토벤 (16) 피아노 협주곡 5번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47) 악성(樂聖) 베토벤 (16) 피아노 협주곡 5번
  • 최왕국
  • 승인 2021.08.1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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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베토벤의 5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대중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5번(Piano Concerto No.5 Op.73) ‘황제’는 그가 38세이던 1809년 작품으로 그의 작곡 기량이 가장 원숙했던 시기에 만들어진 곡이다. 비슷한 시기의 작품으로는 1808년에 쓰인 교향곡 5번(운명)과 6번(전원) 등이 있다.

1808년 12월에 스케치를 하기 시작하여 1809년에 초고를 완성하긴 했지만, 출판과 초연이 바로 이루어지진 못했다. 이 시기에는 나폴레옹의 군대가 빈을 점령한 때였고, 그에 따라 루돌프 대공을 비롯한 베토벤의 후원자들은 도피 중이었고, 출판이나 연주회 등 음악활동도 극히 위축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1811년 1월 비공개로 진행된 초연에서 피아노 독주는 루돌프 대공이 맡았으며, 같은 해 11월 슈나이더의 독주로 첫 공개 초연이 이루어진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이듬해 2월 베토벤의 제자 ‘체르니’의 독주로 이루어진 연주회를 초연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 곡의 부제인 ‘황제’는 베토벤의 절친이자 피아니스트 겸 출판업자인 ‘크라머’가 붙인 것으로, 베토벤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는 설이 우세하다. 보통 베토벤의 작품에 붙은 부제들은 본인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베토벤 사후에 평론가나 출판업자들에 의해서 붙여지는 경우가 많았음을 생각해 보면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황제’라는 부제답게 곡이 시작되자마자 관현악의 웅장한 E♭화음이 울린 후 피아노의 아르페지오를 동반한 힘 있고 당당한 음형이 선보인다. 이렇게 곡의 서두부터 화려한 피아노 독주가 나오는 것이 이 곡의 독특한 점이다.

보통 협주곡에 쓰이는 소나타 형식은 독주악기 때문에 여타의 소나타 형식과는 다르다. 협주곡의 소나타 형식에는 제시부가 두 개 있는데, 처음 나오는 제시부는 오케스트라용이며, 그 후에 독주악기용 제시부가 나온다.

이 곡에서는 1악장 서두부터 피아노 독주가 나오는데, 이것은 ‘독주악기용 제시부’가 먼저 나왔다기 보다는, ‘카덴짜’를 포함하는 서주(introduction)로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관현악과 피아노가 번갈아가며 힘차고 멋진 ‘군대풍의 음형’을 몇 번 선보인 후에 드디어 피아노 독주의 제1주제가 등장한다.

이것은 매우 혁신적인 시도이며, 이러한 형태는 멘델스존과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에서 계승되어 나타난다.

이 곡 1악장을 들어 보면 마치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 ‘쥬피터’를 연상케 하는 위풍당당함을 느낄 수 있다. 금관악기의 대선율 움직임이나 현악기의 동음반복을 이용한 백그라운드 하모니 전개 등 고전파 초기 작품을 연상케 하는 표현이 가끔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고전파와 낭만파를 이어주는 파격적인 변화를 선보인 곡이다. 이 곡에는 협주곡 서두에 독주 악기가 먼저 등장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혁명적인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

전쟁통에 물가가 6~10배까지 오르는 등 가난한 음악가 베토벤으로서는 생활고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었고, 설상가상으로 시끄러운 포성 때문에 청력은 더욱 흔들리고, 많은 활동이 제한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런 대곡을 써낸 베토벤의 의지력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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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YUrPqaG11Y

이 곡은 전쟁시기에 쓰인 곡으로서 ‘애국심’을 콘셉트로 하는 작품이며, 비슷한 콘셉트의 작품으로는 ‘에그몬트 서곡’과 ‘웰링턴의 승리’ 등이 있다.

그러나 베토벤의 ‘애국심’이란 가족 3대가 모여 애국가를 부르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어떤 형식 보다는 ‘자유’라든지 ‘형제애’ 같은 ‘인류애적 개념’을 뜻하는 것이었다.

베토벤 최고의 ‘인류애적인 작품’은 교향곡 3번 ‘영웅’과 9번 ‘합창’이 아닐까 생각되며, 9번 교향곡은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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