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칼럼] 매끄러운 인간 관계를 위한 조건
[이재구 칼럼] 매끄러운 인간 관계를 위한 조건
  • 이재구
  • 승인 2021.08.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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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구 [변호사]
△이재구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오는 의뢰인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관계없고 지더라도 대법원까지 갈 것이다. 무조건 소송을 진행해 달라고 요구한다. 상대방이 폭행으로 고소를 하면 맞고소를 해야 한다고 한다. 진짜 상대방으로부터 맞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맞았다고 주장해야 맞대응이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너무 괘씸해서 응징해야 한다는 생각,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해서 이겼다면 끝인가요. 상대방이 항소를 하고, 주변에 욕을 하고 다니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서로 형님, 동생, 언니, 동생으로 호칭하면 지내던 사람들끼리도 나쁜×, 사기꾼× 등으로 호칭이 바뀐다. 이러한 분쟁은 결국 돈, 명성, 성취물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80%는 부자가 되는 것, 그 중 50%의 또 다른 목표는 유명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무엇이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지 연구해 오고 있는데 이 연구는 1938년부터 시작되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똑똑한 두뇌, 돈, 명예가 아니다.

이 연구는 80년 이상 하버드 대학 학생들, 보스톤의 빈곤 지역 불우한 가정 출신들을 추적 관찰하고, 건강을 측정하고, 가정을 방문하여 이웃, 자녀들을 인터뷰하면서 자료를 축적해 오고 있다. 이들 중에는 변호사, 의사, 대통령까지 된 사람도 있고, 알코올 중독,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있다. 아직도 이 연구는 진행 중이라고 한다.

연구 담당자인 하버드 의대 로버트 왈딩어 교수(Robert J. Waldinger)에 의하면, 이 연구에서 배운 것은 ‘좋은 인간관계’가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가족, 친구, 공동체와의 사회적 연결이 긴밀한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고 신체적으로 건강하며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독은 매우 유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행복을 덜 느낄 뿐 아니라 중년기에 건강이 더 빨리 악화되고, 뇌기능이 일찍 저하되며 수명이 짧았다고 한다. 또한 연구 결과는 친구가 얼마나 많은가가 중요하지 않고 관계의 질이 더 중요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팀에서는 건강한 80대의 과거 50대에 건강상태를 보았는데, 50대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80대의 건강은 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사람이 80세에도 가장 건강했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바람직하고 친밀한 관계가 나이를 먹더라도 고통의 완충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체적 고통이 심해도 마음은 행복하기 때문에 고통을 덜 느낀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대로 불행한 관계를 가진 사람들은 육체적 고통이 심한 날 더욱 고통이 극대화되어 느껴진다고 답하였다. 

인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한 결론이 나왔지만 왜 사람들은 이를 쉽게 잊어버릴까. 인간은 빠른 해결책을 좋아하는데 관계를 맺는 것이 골치 아프고,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 챙기는 것은 매력적이고 즐거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소홀하게 된다.

“시간이 없다. 인생은 짧다. 다투고 사과하고 가슴앓이 할 시간도 없다. 우리에겐 오직 사랑할 시간만 있다. 그 시간도 짧은 순간일 뿐이다.” 이 말은 마크 트웨인이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한 말이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시간의 일부라도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에 할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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