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혁신도시 입춘내천…미완과 완성 사이
[비로봉에서] 혁신도시 입춘내천…미완과 완성 사이
  • 심규정 기자
  • 승인 2021.09.12 2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하루의 시작점은 혁신도시 입춘내천이다. 나는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한 걸음새로 입춘내천이라는 사유의 공간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새벽 공기는 명징하고 달착지근하다. 특히 계절 냄새가 진하다. 치악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약간의 찬바람, 여기에 싱그러운 풀냄새의 조화까지, 긴 들숨과 날숨의 반복을 통해 몸속 깊숙이 쌓였던 피로를 씻어낸다. 이만한 풍욕(風浴)이 또 어디 있을까. 성급하고 초조하게 나를 보챘던 어제를 되돌아보고 오늘 하루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온갖 근심걱정들을 내려놓고 일상으로 스르르 스며든다. 

원주시가 혁신도시를 관통하는 4.3km의 입춘내천을 재단장 할 계획이라고 한다. 늦었지만 아주 반가운 일이다. 입춘내천은 미완의 공원이다. 천혜의 지리적, 자연적 조건은 차치하더라도, 치악산에서 흘러내리는 유량이 부족하다보니 마치 가뭄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옆 두물수변공원은 ‘고인물이 썩는다’는 말처럼 물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악취까지 풍겨 해충의 서석지가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옆 저류조도 마찬가지다. 물의 색채가 시커멓게 변할 정도로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 시간이 더해지면 사천(死川)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감안해볼 때 원주시가 입춘내천을 재탄생시키겠다는 것은 콘텐츠에 내실을 기해 시민들에게 포근한 안식처, 재충전할 수 있는 친수공원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심리학 용어 가운데 초두효과(初頭效果)라는 게 있다.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이미지 가운데 처음에 강하게 들어온 정보는 전체적인 이미지 판단에 결정적이라는 의미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최근 발표한 혁신도시 인구 분석 자료에 따르면 타 시도, 강원도 내 전입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 각인되는 원주시의 첫 이미지는 오래 남을 것이다.

초두효과의 가장 비근한 예 하나. 영국 보행 관련 민간단체인 워크21은 세계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로 덴마크 코펜하겐을 꼽았다. 그 중에서도 스트뢰에(Strøget)거리는 가장 길고 오래된 보행자 전용도로다. 덴마크어로 스트뢰는 ‘걷다’, ‘산책하다’란 뜻이다. 걷기를 방해하는 설치물이나 계단이 없고, 보행자만을 위한 배려가 지극정성이다. 

혁신도시는 ‘강원도의 랜드마크’다. 이런 이정표만큼 과연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얼마나 이뤄졌을까. 시민들의 바람은 아주 소박하다. ‘가장 경제적인 다이어트’인 걷기를 좋은 환경에서 얼마나 편하게 할 수 있느냐이다. 지금의 새소리, 곤충소리, 바람소리뿐만 아니라 콸콸콸하고 시원스런 물소리라도 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 한발짝 내딛는 보행 친화적 정책이 시민들에게 보다 많은 편익으로 다가오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