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괴벨스의 악령 같은 ‘시장 부인은 조경업자다’
[비로봉에서] 괴벨스의 악령 같은 ‘시장 부인은 조경업자다’
  • 심규정
  • 승인 2021.09.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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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거짓은 유통기한이 있다”라는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말은 지금도 쐐기처럼 머릿속에 박혀 있다. 언젠가는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예외인 경우도 있는 듯하다. “원창묵 원주시장의 부인이 조경업자다”라는 말이 더더욱 그렇다. 수년 전부터 지역에서 나돌고 있는 이 말이 요즘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고 있어 원 시장이 속앓이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원주시청 7층 회의실에서 열린 원 시장과 원주시 조경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는 이 가짜뉴스의 여진이 만만치 않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한 업체 대표는 최근 택시 기사로부터 이 말을 듣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원 시장 부인이 조경업자라서) 그동안 많은 혜택을 봤는데, (원 시장이)그만두면 어떻게 먹고 사냐”는 우스갯소리 반 걱정 반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거짓이 확대 버전으로 분해 엄한 업자들까지 괜한 오해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원 시장도 이날 한 직원이 겪은 사례를 소개했다. 미용실 원장이 ‘시장 부인이 조경업자’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원 시장은 “안 사람이 대표로 등록됐거나 이사로 등재된 법인이 있다거나 아니면 처남, 삼촌, 자식 이름으로 되어 있는 법인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 해달라”라고 강조했다. “동종 업종끼리는 회사 사정을 손금 보듯 알고 있어 그 말이 사실이라면 벌써 업계에 소문이 자자했을 것”이라며 한 업체 대표는 쓴웃음을 지었다.

2010년 취임 당시부터 ‘새 희망으로 역동하는 푸른 원주’를 시정 구호로 내건 원 시장으로서는 꽤 억울할 법도 하다. 치악산 둘레길 조성, 중앙선 폐철도 관광단지 개발, 가로 숲길 조성, 호저면 산현리 자작나무숲 조성, 신림 성황림 문화공원 조성 등 원주시의 녹색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라고 시장 부인이 조경업자라는 무근지설이 계속되면서 역점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사업이 오도(誤導)되거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원주시는 내심 걱정하는 눈치다. 

‘시장 부인이 조경업자’란 말은 무려 5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지만, 진앙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 또한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러는 사이 가짜뉴스는 교묘하게 ‘조경 남발’, ‘혈세 낭비’란 또 다른 가면을 쓰고 마치 업자들의 배를 불리는 것처럼 호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업자들로서는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하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나치 독일에서 국가대중계몽선전장관의 자리에 앉아 나치 선전과 미화를 책임졌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큰 거짓말을 믿기 마련이다. 거짓말도 100번 주장하면 끝내는 모든 사람이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라고. 거짓이 SNS를 통해 눈 깜짝할 사이에 온 세계에 전송될 수 있는 현실에서 괴벨스의 악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섬뜩한 기운마저 든다. 

부인까지 조경업자로 매도해 원 시장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가짜뉴스 유통업자들의 목표는 그동안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허구로 쌓아 올린 거짓의 피라미드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지방선거 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한참 경과해 용도폐기되어야 할 가짜뉴스가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은 시격(市格)의 문제로 봐야 한다. 거짓과 진실의 갈림길에서 섣부른 추단(推斷)을 멀리하는 냉철한 선구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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