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에 대한 수식어 중 ‘19세기의 모차르트’라는 표현이 있다.

‘음악의 아버지’, ‘음악의 어머니’ 등 음악가들에게 붙여진 별칭들은 주로 일본 학자나 평론가들이 만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살짝 거부감이 들 수 있고, 어떡해서든 말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장난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이 표현만큼은 공감이 가는 편이다.

일단 멘델스존의 작품은 모차르트처럼 천진난만하고 명랑한 분위기의 곡들이 많다. 또한 멘델스존은 낭만파이면서도 이전 시대인 고전파의 양식을 훌륭하게 계승하였다.

본 칼럼 36회에서 모차르트의 누나인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나넬 모차르트)’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멘델스존의 누나도 ‘나넬’처럼 동생 못지않은 음악적 재능이 있었지만, 여성이 직업 음악가가 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금기 때문에 큰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동생 뒷바라지를 해야 했던 상황도 비슷하다.

그리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멘델스존도 모차르트처럼 단명했다. 3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였지만 모차르트처럼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다.

멘델스존의 수많은 작품들 중 그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음악은 역시 ‘무언가(song without words)’다. ‘무언가(無言歌)’란 문자 그대로 ‘가사가 없는 노래’다. 피아노 독주곡이니 당연히 가사가 없을 수밖에…

만일 누가 필자에게 무언가에 대하여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 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가사가 없는데도 마치 가사가 있는 것처럼 작곡자의 감성을 그대로 품고 있는 아름답고 신비한 노래’

무언가는 화려한 피아노 음형 속에서도 도도하게 흐르는 선율(melody)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언가는 고전파 피아노곡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진 초기 낭만파 피아노곡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며, 클래식음악 작곡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필수적인 레퍼런스 교재이다.

또한 무언가는 슈만이나 리스트의 피아노곡처럼 어렵지 않다. 비전문가들도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배려하여 작곡된 곡으로서, 피아노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멘델스존의 무언가는 Op.19에 수록된 여섯 개의 노래를 비롯하여, Op.30과 Op.38, Op.53, Op.62, Op.67, Op.85, Op.102 등 총 8개의 곡집에 각각 6곡씩 총 48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Op.109에 수록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무언가’ 한 곡을 추가하면 모두 49곡이 된다.

무언가 중에서도 ‘봄노래’, ‘베네치아의 뱃노래’, ‘실 잣는 노래(베틀가)’ 등이 유명하다. 특히 ‘봄노래’는 과거 휴대폰을 새로 사면 기본 컬러링(통화대기음)으로 설정되어,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음악으로 한국인에게는 매우 친근한 음악이다.

무언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은 역시 ‘베네치아(베니스)의 뱃노래’다. 총 세 곡이 있는데, 각각 작품번호 19번, 30번, 62번에 수록되어 있다. 세 곡 모두 가슴을 저미는듯한 감수성이 있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Op.30번에 실린 곡을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

멘델스존의 무언가에 붙은 각각의 표제들은 대부분 후대 사람들이 붙였지만, ‘베네치아의 뱃노래’ 만큼은 멘델스존이 직접 붙였다고 한다.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겠지만 그만큼 작곡자 자신도 ‘베니스의 뱃노래’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아닐까?

‘베니스의 뱃노래’는 세 곡 모두 3박자의 단조(minor)곡으로 되어 있으며, 멘델스존이 베니스 지방을 여행하던 중 수로에 둥둥 떠다니는 곤돌라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이다.

오늘 감상하실 곡은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봄노래’와 ‘베니스의 뱃노래’다. 가사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들으면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영화보다 소설이 더욱 폭넓은 감동을 주는 것처럼…

https://youtu.be/zuaWGMr9rOU (베네치아의 뱃노래)

https://youtu.be/hD0k6ZJZUMs (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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