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칼럼] 교통사고와 유튜브
[이재구 칼럼] 교통사고와 유튜브
  • 이재구
  • 승인 2021.10.10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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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구 [변호사]
△이재구 [변호사]

지난 연말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나는 지인이 운전하는 레이 차량의 조수석에 타고 있었고, 운전자가 좌회전 신호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신호를 위반한 차량이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다. 미처 피할 순간도 없이 그 차는 내가 타고 있던 차의 앞 펜더 부분을 들이받았고 차 안에서는 에어백이 터졌다. 그 순간 엄청난 충격과 파열음이 귓전을 때렸다. 에어백의 가스 냄새가 차 안에 가득찼고 쓰고 있던 안경도 어디로 날라 갔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차에서 내려 보니 바퀴 부분과 차 앞 부분은 다 찌그러져 있고 사고를 낸 차량은 저 멀리 튕겨져 나가 있었다. 허리, 어깨, 목 부위에 엄청난 통증이 생겼고 그 후 한 달 정도를 병원을 다니면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가해자는 신호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우기고 있다고 했다.

이런 경우 블랙박스는 엄청난 증거가 된다. 내가 타고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는 고장이 나 있었지만 주변의 편의점 CCTV를 찾아 상대 차량이 신호를 위반한 것이 확인되었다고 했다.

가해자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차 있는 나에게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지 물어왔다. 

“본인이 잘못한 것도 인정하지 않는데 엄벌에 처해 주세요”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얼마 후 가해자에게 벌금 500만 원을 부과했다는 검찰의 처분결과가 문자로 왔다. 

“아니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어디있어” 

피해자가 연락을 해서 사과를 한 적도 없고 피해자와 합의를 한 적도 없는데 이렇게 빨리 사건이 종결되고 말았다는 생각에 화가 났지만 더 이상 하소연할 방법은 없었다. 

몇 해 전 평범한 가정주부 아주머니가 좌회전 신호를 위반하여 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을 변호한 적이 있었다. 그 사건에서는 마주 오던 오토바이가 피해자로 되어 있었다. 아주머니는 상대방이 신호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오토바이 운전자와 그가 데리고 온 목격자는 좌회전 차량이 6~7대가 진행하였고 그 뒤를 이어 아주머니의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여 좌회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사고 당시의 신호체계에 의하면 사고 당시의 좌회전 신호는 13초였고, 신호 변경 시 부여되는 황색신호는 3초였다. 그 교차로로 가서 좌회전 신호를 받고 진행하는 차량이 몇 대가 지나가는지 확인해 보았다. 어떤 경우에도 13초 동안에는 3대 또는 4대 이상이 지나갈 수 없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거짓 반응이 나왔다. 결국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이 났다.

이 사건은 블랙박스가 없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최근에는 블랙박스가 있어 쉽게 해결되었을 것이다. 

최근 한문철TV 유튜브 동영상이 인기가 많다. 구독자가 122만 명이나 된다. 정작 법률가인 나는 이것을 제대로 볼 시간이 없지만 처와 딸도 이것을 즐겨 본다. 이것을 본 사람들의 얘기만 들어도 다양한 교통사고 사례를 알게 된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고 우연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 거의 모든 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 덕분에 자세한 사고 경위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가해자를 찾아내고 과실을 따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교통사고를 어떻게 피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것인가이다. 교통사고를 피하는 것도 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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