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51) 멘델스존 (3) 핑갈의 동굴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51) 멘델스존 (3) 핑갈의 동굴
  • 최왕국
  • 승인 2021.10.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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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때로는 천진난만하게, 때로는 깊은 철학적 사고로, 때로는 가슴 저미는 로맨틱한 감수성으로 폭넓은 음악을 만들어냈던 멘델스존…

발랄하고 명랑한 리듬은 물론,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화성 진행을 바탕으로 한 유려한 선율로 우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천재 작곡가로 기억되고 있지만, 음악사에서 멘델스존의 더욱 소중한 가치는 바로 후학 양성과 함께 자칫 음악사에서 묻혀버릴 뻔했던 대작곡가들을 발굴하여 그분들의 작품을 세상에 소개한 ‘평론가’이자 ‘음악학자’, ‘지휘자’, 그리고 ‘공연 기획자’로서의 역할이었다. 

멘델스존은 잠자고 있던 ‘바하(J.S.Bach)’의 오라토리오 ‘마태 수난곡’을 세상에 선보인 인물이다. 이때가 바하 사후 80년쯤 되는 시기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마태 수난곡’이 멘델스존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진 후 바하의 작품 전체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만약 멘델스존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즐겨 듣는 바하의 작품들은 대부분 묻혀 버렸을지도 모른다.

또한 멘델스존은 슈만과 함께 ‘슈베르트’라는 비운의 천재 작곡가를 세상에 알리는 데에도 큰 공을 세운다.

비록 모차르트나 슈베르트처럼 짧은(38세) 생애를 살다 간 멘델스존이었지만, 여행을 좋아했던 그는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자연의 풍광을 음악으로 표현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바그너’는 멘델스존을 ‘음악의 풍경화가’라고 불렀는데, 바그너가 듣고 극찬했던 멘델스존의 그 작품이 바로 ‘핑갈의 동굴’ 서곡이다. 

‘핑갈의 동굴’은 멘델스존이 23세 때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던 중 ‘헤브리디스(Hebrides)’ 제도의 ‘스테파(Stefa)’ 섬에 있는 거대한 자연동굴의 압도적인 모습에 감탄하여 만든 연주회용 서곡이며, 1832년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연주회용 서곡’이란 오페라 서곡과 구별하기 위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베토벤 이후 작곡가들이 즐겨 사용하던 형식이다.

△멘델스존의 수채화
△멘델스존의 수채화

수채화를 곁들인 그림일기를 쓸 정도로 회화에도 재능이 있었던(사진은 멘델스존이 직접 그린 작품) 멘델스존은 이 곡에서 오선지를 캔버스 삼아 자연의 풍광을 그렸다. 몰려드는 거대한 파도의 모습과 그것들이 동굴 절벽에 부딪히는 모습,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장엄한 음향까지 이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악상(樂想)’의 소재들이었다. 

‘헤브리디스 서곡’이라고도 불리는 이 곡의 첫 악상이 떠오르자 멘델스존은 그것을 오선지에 담아 사랑하는 누나에게 편지로 보냈다고 한다. 

이 곡은 3개의 주제 선율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주제는 바순과 비올라, 첼로의 유니슨으로 은은하게 일렁이는 파도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악기의 배합을 통하여 멘델스존은 고전파 시기의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신비한 음색을 자아내고 있다. 마치 화가가 팔레트에서 두세 개의 물감을 섞어 자신만의 색채를 만들어 내듯…

멘델스존을 시기 질투하고 비난했던 바그너조차 “음악의 풍경화가”라는 극찬을 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의 신비한 음색을 듣고서가 아닐까?

또한 이 첫 번째 주제 선율은 곡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형태로 변주되어 나타나는데, 그 변화무쌍함을 느껴 보는 것도 이 곡의 감상 포인트이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두 번째 주제 선율과 맑고, 밝고, 통통 튀는 세 번째 테마는 첫 번째 주제와 협력하여 바다와 섬과 파도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풍광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곡은 1993년 필자가 ‘키론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 연주했던 추억의 곡으로, 연습 과정과 연주회에서 파도의 부서짐과 반사되는 햇빛이 묘사된 현악기의 세밀한 터치가 생생하게 느껴지던 작품이다. 

이 작품의 관현악 편성은 낭만파 시대의 그것보다는 비교적 작은 규모인 고전적 2관 편성으로 작곡되었지만, 풍경을 묘사하는 섬세함과 웅장함은 낭만파 작품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오늘 소개할 영상은 2012년 ‘코리안심포니’ 180회 정기연주회 실황이며, ‘핑갈의 동굴’은 첫 부분부터 11분 38초까지이다.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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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xJ0AmCUfn1U?t=89 (핑갈의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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