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선 시의원의 의정활동 소회
[기고] 초선 시의원의 의정활동 소회
  • 곽문근
  • 승인 2021.10.31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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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문근 [원주시의원]
△곽문근 [원주시의원]

가을하늘이 높고 유별나게 청명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왠지 허전해 보이기까지 해서 낙서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푸념을 적어야 하나? 아니면 사랑을 읊조린 시를 옮겨볼까? 전화 한 통을 받은 후, 고민에 빠졌고 예기치 못했던 근심을 담고 말았다. 고작 3년밖에 되지 않은 시의원의 소회라 독자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까 슬며시 염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시의원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만류도 많았다.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왜 시의원을 하려고 하느냐고도 하고 이왕 하려면 다른 짓을 하라고도 했다. 그런데 해야 할 이유가 있다며 맞섰고 그때는 시원하게 이유를 답변하지를 못했었다. 12년도에 부친이 돌아가셨다.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받고 건너다 다 건너지 못했는데 신호등이 바뀌었고 이내 진입한 차량에 의해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병으로 얻은 장애로 지체장애인이 되어 살았는데 4차선 도로에서 3개 차선을 건너고 1차선을 남겨 놓고 있다. 이후로 평생 잘 보이지 않았던 교통약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난 후, 18년도에 시의원에 당선됐고 부지런히 일하려고 애를 썼다. 그동안 5분 발언을 통해 반곡중학교에 급식소·체육관을 신축토록 길잡이가 되었고 반곡초등학교에는 증축한 교사동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무장애건축물로 개선했다. 장애인 이동권의 보장을 주장하기도 하고 발의한 조례로 원주시가 드론특구자유화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노상·공용주차장의 증설 근거도 마련했다. 또 대안교육기관에 급식비를 지원할 단초와 원주시의 모든 경로당에 공공와이파이설치 및 자원봉사지도원에게 수당도 지급하게 되었다. 조례를 매회기마다 한건은 대표발의를 하려고 노력도 해왔다. 또 강원도청에 지역주민들과 힘을 모아 해미산성의 지방문화재 지정신청서도 보냈고 지역민원도 헤아릴 수 없이 받아 처리했다. 

시의원에게는 명예나 권위보다는 질책이나 채찍이 가까이 있는 편인데, 워낙 지역주민들과 자주 만나고 소통하다 보니 속사정을 너무 잘 알아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도 이런 시의원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것은 시민이나 단체에 보이는 위상 때문일 것이다. 그 이유는 쉽게 공무원들과 접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민원인들이 시의원들을 통해 민원을 처리하면 쉽고 빠르게 처리된다고 생각하고 시의원에게 민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의원이 하는 일들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고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중에 몇 가지를 소개해 보면, 우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지역주민과 사고(思考)가 다를 때가 있다. 한 번은 지역구에 시가 하려던 사업이 있었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아무리 봐도 지역주민들에게 유리한 사업인 것으로 보였는데 주민들 생각은 달랐고 결국 이해시키지 못하고 말았다. 선출직이다 보니 개인의 의견보다 다수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봐야한다. 또 집수리 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60대 초반의 남성이 홀로 살고 있었고 이 사람은 알코올중독자였다. 빗물을 받아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안타까워 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술이었는데 이에 대한 방도를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의회에서도 있었다. 편성된 예산이 중복편성된 것을 발견해 심의 때 담당부서와 협의하고 삭감했는데 지역구 예산인데 삭감했다고 지역에서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와전되어 전달된 내용이라고 항변할 수 없었다. 물론 보람과 행복한 일도 많은데 여러 해 동안 답을 찾지 못해 온 일을 얕은 지식으로 해결해 감사패를 받기도 했고, 주민들과 방역봉사를 하고 나서면 깃털처럼 가벼움을 느끼기도 했다. 

가을하늘에 치악산 뒤편으로 기어오른 뭉게구름이 펼쳐지니 더욱 깊고 아름답다. 이제 몇 개월 후면 지방선거가 있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시의원에 도전하게 되고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가을하늘처럼 깊고 아름다움이 가득한 분들이 의원이 되어 훌륭한 성과를 이루고 격조 있는 시의원으로 시민들 가슴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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