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빠서 행복한 도의원이야기
[기고] 바빠서 행복한 도의원이야기
  • 정유선
  • 승인 2021.11.07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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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선 [강원도의회 의원]
△정유선 [강원도의회 의원]

선거의 계절이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몇 달 차이로 한꺼번에 치러지니 벌써부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서로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달라 다투기도 하고 후보들의 정책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나마 대통령선거에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정작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지방선거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듯하다. 강원도의회는 단 한 번도 회의가 파행된 적이 없지만 정치인은 모두 싸우는 게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도의원이 되기 전엔 나도 그랬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20년을 살아온 나는 원주를 살기 좋고 안전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그랬던 내가 왜 도의원이 되겠다고 결심을 했을까? 2017년 나의 출마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모두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시민활동가로 열심히 활동해왔는데 왜 진흙탕 속으로 가려하냐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만큼 정치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곱지 않았다. 빙빙 돌아가느라 도무지 이용하기 어려운 대중교통문제, 성적으로 학생들을 가르고 자존감을 훼손하는 비평준화 문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옆에서 버젓이 운영하는 성매매집결지 문제, 방과 후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일을 그만둬야하는 여성들의 문제에 대해 설문조사도 하고, 서명도 받고, 피켓도 들고, 캠페인도 했다. 연구와 포럼을 통해 정책대안을 제시해도 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공무원과 정치인들 때문에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나는 자주 답답했고, 화가 났다. 그래서 결심했다. 

차라리 내가 의원이 되어 바꿔보자. 사람들은 또 묻는다. 시민단체 대표와 도의원 중에 어떤 일이 더 힘드냐고? 나는 시민단체 대표일 때 너무 바빴고 정말 힘들었다. 그때는 의원들은 맨날 노는 줄 알았다. 그러나 솔직히 단체 대표보다 도의원이 훨씬 더 바쁘고 힘들다. 의원은 퇴근시간도 없고 월화수목금금금 주말도 없다. 늘 유권자가 부르면 달려가야 하고, 전화를 받아야 하고, 산더미 같은 서류와 예산서를 검토해야한다. 

게다가 필요한 조례를 만들어 사업을 제안하고 예산을 따내야 한다. 특히나 도의원은 18개 시·군을 다 다녀야 한다. 운전도 해야 하고, 도정질문, 5분발언문도 직접 자료 조사하고 현장에 나가 확인해서 만들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비판하고 문제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작은 변화라도 생긴다. 이 모든 것을 지방의원들은 혼자서 해내야한다. 

그런데 왜 또 출마를 하냐고? 정말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랄 3년 반을 보냈지만 그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보람찼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임위 회의와 조례발의, 5분 자유발언, 도정질문을 통해서 초등돌봄교실을 확대했고, 학교밖 청소년들에게 지원카드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자기마을을 알면서 커 나가도록 마을교과서를 동마다 만들고 있고, 경력단절여성들이 마을강사나 마을활동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자기나라의 음식을 원주시민에게 가르치는 요리교실을 만들어 다문화에 대한 인식개선과 그들의 임파워먼트를 도왔다. 아동학대예방전문기관, 지역아동센터, 장애인복지관 등 복지기관에 대한 지원과 시설개선도 했고, 다문화방문지도사·스포츠강사들의 처우도 개선했다. 이루 다 말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곳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부한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현장 속 이야기를 들었다. 도의원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시민에게 꼭 필요한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있다. 시민단체활동가 정유선과 도의원 정유선의 꿈은 다르지 않다. 원주시민이 살기 좋고 안전한 원주를 만드는 것. 그러나 단체대표와 도의원의 말의 힘은 차이가 크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한 도의원으로 바빠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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