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원창묵의 ‘빛과 그림자’
[비로봉에서] 원창묵의 ‘빛과 그림자’
  • 심규정
  • 승인 2021.11.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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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최근 지인과 나눈 대화 한 토막. “원창묵 원주시장은 고성과자인가, 저성과자인가”(지인). “당연히 고성과자겠지”(필자). 3선 시장, 그것도 장장 12년이란 긴 시간. 건축사 출신이다 보니 원주시 밑그림을 그리고 생활밀착형 콘텐츠를 하나하나 입혀 왔으니 당연한 평가다. 

그에게 딱지처럼 붙은 ‘불도저 시장’, ‘토건 시장’이란 별칭은 개발에 치중한다는 그릇된 평가도 있지만 사업에 대한 추진력, 열정이 시민들에게 더 강하게 가닿는 것 같다. 

내년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에 출마하는 원창묵 시장이 내년 1월 말쯤 사퇴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정 마무리하랴, 선거 구상하고 준비하랴, 아마 눈코 뜰 새 없는 것 같다. 이런 원 시장이 요즘 테이프 커팅 가위 드느라 망망(忙忙)하다. 

지난 10월부터 연말까지 진행됐거나 진행 예정인 행사만도 줄잡아 8건. 중앙공원 1구역 준공식, 중앙공원 2구역 기공식, 복합문화교육센터 개관식, 북부노인종합복지관 건립 기공식은 이미 테이프 커팅이 끝났다. 일산공원 준공식, 간현관광지 데크산책로, 잔도, 스카이타워 부분 개장, 간현관광지 그랜드밸리 개장식은 예정돼 있다. 하나같이 시민들의 눈맛을 돋게 하는 이벤트다. 

늘상 있었던 틀에 박힌 행사는 뺀 것이다. 지난 2010년 7월 첫 시장 당선 이후 그를 쭉 지켜본 필자로서는 이번처럼 연말에 개발과 관련된 굵직한 행사가 즐비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성과로 말해야 하는 선출직 시장이다 보니, 특히나 다가오는 선거에서 체급을 올려 출마해야 하니 도민들에게 “원주시를 반석 위에 올려놨다”라는 성과지표를 보여주고 싶을 거다. 

어디 이뿐인가. 매년 연초에 진행되던 초도순시를 이달 말부터 내달 중순까지로 앞당겨 진행한다고 한다. 야당에서 벌써부터 “다분히 선거 일정을 염두에 둔 퍼포먼스”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논란도 “그간 성원해준 시민들에게 인사할 수도 있지”라고 좋게 해석하고 싶다. 

이 같은 원 시장의 일련의 행보는 그러나 뭔가 무리하게 버무려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밖에 없다. 뭔가 착잡한 마음도 지울 수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원 시장이 천지개벽할 것처럼 추진해온 문막읍 궁촌리 일대 원주플라워프루트월드 관광단지조성사업(187만 ㎡의, 이하 화훼단지)과 호저면·지정면 일대 글로벌테마파크조성사업(1,000만 ㎡, 이하 테마파크)은 시작만 요란했지, 지금은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화훼단지는 2011년 부터, 테마파크는 2016년 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두 사업 공히 선거를 앞두고 징검다리처럼 발표됐다. 화훼단지는 지방선거 공약, 테마파크는 20대 국회의원 선거(4월 13일)를 불과 3개월 여 앞둔 시점이었다. 덧붙여 대규모 부동산 개발이란 점도 닮은 꼴이다. 그동안 화훼단지는 ‘갈등의 불쏘시개’였다. 여기에 들어서는 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 간, 주민과 원주시청 간 소모적인 논란이 들끓었다. 테마파크는 또 어떤가.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토지 소유주들이 전화로 “사업이 진짜 추진되는 것이냐”라고 물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도 들썩거렸다.

‘원주시장의 시계’는 지금 째깍째깍 흐르고 있다. 2개월여 뒤 원창묵 원주시장의 시계는 멈추게 된다. 그간 “사업은 된다. 분명히 될 것이다”라고 확언조로 강조해온 원 시장은 두 사업의 성공을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주변에선 지금도 어떤 투자자가 두 사업을 함께 투자한다느니, 몇몇 투자자와 대화가 진행 중이라느니... 두 사업만 거론되면 따라붙는 앵무새 군단의 반복되는 말에 이젠 진력이 난다.

솔직히 두 사업은 이제 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위드 코로나 시대라지만, 코로나19의 불똥이 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도 투자심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투자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검찰이 사기 혐의로 화훼단지 법인과 대표이사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 사업이 ‘잠재적인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라는 속담처럼, 두 마리 토끼는커녕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형국이 됐으니 두 사업은 변죽만 울린 셈이 됐다.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의 눈은 눈꺼풀이라는 문이 있지만, 귀는 문이 없다”라고. 입소문으로 전해지는 악담의 매개체는 결국 귀다. 현 시점으로 따지면 약속 불이행이라는 부정적인 딱지는 시민들의 귀에 인이 박혀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 시장은 두 사업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털어버릴 것은 속히 털어버려야 한다. 적당히 얼버부리며 미봉책을 내놓거나 화훼단지처럼 또다시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되풀이하다가는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원창묵 시장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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