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법선거현수막 속 미소 띈 정치인의 모순
[기고] 불법선거현수막 속 미소 띈 정치인의 모순
  • 문정환
  • 승인 2021.11.14 21: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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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환 [원주시의회 의원]
△문정환 [원주시의회 의원]

지난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난지 벌써 3년이 지나 내년이면 새로운 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철이 다가온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6월 1일 지방선거까지 연이은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 후보의 윤곽이 나오면서 매스컴뿐 아니라 삼삼오오 모인 사석에서까지 온통 정치 얘기뿐이다. 어떤 사람이 유력하며, 어떤 정당의 정책이 더 좋은가 시끌벅적한 토론의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온다. 

정치인은 시민들의 관심을 양식으로 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고, 홍보를 해도 시민들이 관심이 없으면 헛일에 불과하고, 내가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있어도 시민들이 나를 알지 못한다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이러한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시민들에게 얼굴과 이름 석 자. 즉, 나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 소통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면 홍보 및 현수막 게시의 효과가 더욱 클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추석부터 출마예상자들의 얼굴알리기를 위한 현수막이 유독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년으로 다가온 선거를 준비하며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길거리가 온통 현수막 천지다. 

지난 추석엔 도로변, 아파트 앞 여기저기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형형색색의 추석인사 현수막이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을 맞이하기도 했다. 추석이 지나고 거리가 조금 깨끗해 지나 싶더니 매달 몇 개씩 있는 기념일마다 축하, 격려라는 명분하에 얼굴알리기 현수막이 끊임없이 걸리고 있다. 최근에 본 현수막을 나열해보면… 10·1 국군의날, 10·3 개천절, 10·9 한글날, 10·29일 지방자치의 날, 11·9 소방의 날 등 국가 공휴일 뿐 아니라, 특정기관 및 단체의 격려 및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일까지 현수막을 걸어 도시 미관을 훼손하고 있으며, 더욱 모범이 되어야 할 정치인들이 나서서 불법행위를 자행하여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016년 대법원은 ‘정치인의 일상적인 사회적 활동·정치적 활동이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고 해도, 그 행위가 당선·낙선을 도모하는 의사가 표시되지 않는 한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라는 요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정치인의 현수막 게시를 사전선거운동으로 처벌했던 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 180일 이전에 정치인의 명절 현수막은 게시를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은 아니더라도 시의 허가를 받지 않는 현수막은 현행 옥외광고물법 상 불법 현수막으로 구분된다. 

옥외광고물 법과 관련 시행령은 허가받지 않은 입간판·현수막·벽보 및 전단을 표시·설치한 자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정치인의 현수막도 불법 현수막으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자영업자들이 설치하는 광고 현수막은 하루도 되지 않아 철거되는데 정치인들이 게시한 현수막은 몇 개를 달아도 철거가 되지 않는다며, 행정기관에서 봐주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많이 들린다. 

정치인들이 현수막을 꼭 불법으로 길거리에 게시해야 되는 것만도 아니다. 정치인들도 현수막 지정 게시대를 이용하여 합법적으로 현수막을 걸 수 있다. 원주시는 현재 공공용 86기, 위탁관리 93기 총 179기의 현수막 지정 게시대를 설치·운영 중에 있다. 이 중 정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지정 게시대는 위탁관리되고 있는 93기로, 원주시 현수막 지정 게시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전산추첨을 통해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시민과 정치인 누구나 신청하여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정치인들이 불법불감증에서 벗어나 시민들보다 앞선 준법정신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당당하게 시민들 앞에 설 수 있기를 바란다. 원주의 모든 정치인들이 모여 클린선거문화를 위해 ‘불법선거현수막 안걸기 협약’을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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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희 2021-11-16 17:55:47
확실한 소신에 박수보냅니다~^^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