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시민의 자존심을 드높인 그림책프리비엔날레
[문화칼럼] 시민의 자존심을 드높인 그림책프리비엔날레
  • 전영철
  • 승인 2021.11.14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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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원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전영철 [원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지난 2월 재단대표로 취임하면서 과제의 하나가 그림책축제였다. 그림책축제는 원주가 2000년대 초반부터 가져온 시민그림책 문화 활동의 성과를 ‘이제는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축제를 했으면 좋겠다’해서 시작한 사업이었다. 2019년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 선정과 문화도시 선정에 따른 시민문화향유 기반 확대사업으로 문화재단에서 수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축제 노하우가 상당한 축제운영팀이었지만 이 축제는 아무래도 난감했던 모양이었다. 해서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과 그림책의 중요한 지점을 몇 군데 찾아다녔다. 국립어린이도서관의 전시, 남이섬 책 축제, 와우북페스티벌 축제조직, 지역 타 축제조직 등등의 인터뷰 끝에 책과 지역을 잘 아는 고 이채관 선생을 감독으로 초빙하여 방향이 거의 완성될 즈음 5월 갑작스런 변고로 감독 부재사태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사방으로 수소문 끝에 몇 번의 협업 경험이 있었던 청주 동부창고 문화재생 감독과 크고 작은 프로젝트 경험이 있던 최지만 선생을 감독으로 초빙했다.

나에게는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일이 안 풀릴 때, 버릇처럼 치악산 계곡에 들어가 같이 도시락을 먹고 커피를 한잔하며 협의하는 버릇이 있다. 마찬가지로 치악산 계곡에서 담판을 짓고자 했으나 결코 녹록치 않은 작업임에 감독은 시간을 달라고 했다. 반신반의였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광주의 중요한 서사가 있는 공간을 재생하는 데 결합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며칠 뒤 그림책으로 비엔날레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역제안이 왔다. 축제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지역 커뮤니티와 축제, 예술가와 축제에 있어 축제의 프레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대안축제로 몇 번 대지예술제, 비엔날레 등을 이야기했던 게 정작 본인이었던지라 감사하면서도 난감했다. 재단 구성원들을 먼저 설득하고 시 집행부를 설득하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전국에서 그림책 활동을 해왔던 그림책출판, 그림책연구자, 그림책 문화활동가들이 원주의 시도에 대해 암묵적인 지지와 응원 그리고 도움을 주었다. 우선 1990년대부터 그림책활동이 활발하여 2000년대 넘어오면서 국제무대에서 활동이 민간차원에서 작가와 활동가들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주의 2000년대 초반 이상희 선생으로부터 지금까지의 활동의 진정성에 대한 지지로 보인다.

비엔날레 주제는 ‘왼쪽 가슴의 어린아이’로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순수한 감각을 일깨워주는 예술적 매개체이자,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동심(童心)의 세계를 만나게 하는 매개인 그림책의 ‘순수성’과 ‘다양성’에 주목하여 주제로 총감독이 선정했다. 그리고 목재로 8m 높이와 길이 10m로 이루어진 시민참여형 공공미술프로젝트도 한달 만에 옛 원주여고 원주복합문화교육센터 #ACP의 새로운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주 전시는 ‘그림책 예술이 되다’라는 주제로 그림책 일러스트가 서사를 보조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환경, 전쟁, 젠더 등의 사회적 이슈와 현상에 대해 철학적 탐구로 확장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10명 작가의 기획 전시로 꾸며졌고, 세계 그림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어워드와 최신 수상작 전시를 선보였다. 팝업 북의 세계에서는 앨리스설탕이라는 공동필명을 가진 부부작가에 의해 진귀한 팝업북 100권이 선보였고 세계 그림책의 역사도 진귀한 100권의 자료와 함께 소개해 주었다.

한국 그림책의 역사는 KBBY의 회장과 연구원이 해주셨고, 원주시민 창작 그림책은 원주시그림책센터 일상예술 선생님들이 지원해 주셨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작은 공간이지만 록빠 티베트 그림책전시는 2005년 한국인과 티베트인 부부가 설립하여 운영 중인 록빠도서관에서 출판한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이처럼 그림책은 팬데믹으로 멈추어 선 세상, 세대와 시대와 장소와 국경을 넘어왔으며 그 가능성을 이번에 원주에서 펼쳐졌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흐름을 어느 한 시민이 포착하여 인터넷에 올린 글이 있어 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1994년 광주비엔날레가 시작될 때 그 느낌, 우리의 그림책과 세계 다양한 언어로 된 그림책이 다양한 메시지를 내는 모습, 세계로 나가는 문화도시 원주의 자랑스러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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